담벼락에다 물건을 꺼내놓고

 결혼 생활에 대해 물었다.

 

 요즘 어때?

 그렇지, 뭐!

 

 결혼한 친구의 오줌발을

 힐끔 건너다보았다.

 

 함께 오줌을 눠봐야

 비로소 남자의 삶을 안다.

 -설정환, `파리, 날다’ 중

 

 이런 거 고백하면 경범죄에 걸릴라나? 술이 나를 먹어, 술이 나를 떡으로 만들면 가끔 담벼락에 오줌을 싼다. 한 달쯤 전에도 친구랑 같이 그랬다. 별 대화 같은 건 없었다. 그냥 오줌 누는 친구를 힐끔 봤는데, 삶이 무거워 보였다.

 저 유명한 일러스트 매그너스 무어의 파리 사진에 설정환 시인이 덧붙인 글이다. 파리 두 마리가 담벼락에 오줌을 싼다. 귀엽다. “그렇지, 뭐!” 이 말 한 마디가 횡경막에 턱 걸렸다. 모든 것을 다 쓸어 안아버리는 “그렇지, 뭐!”.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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