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은 어둠이 귀에 익어

 십리 안팎은 되는 듯 먼 데까지

 귀는 나갔다 오고 나갔다 온다

 이주하는 들쥐 일가를 데려오더니

 구절초 시들키는 개울물을 가져온다

 오늘은 이승을 긋는 별의 비명도 벌었다

 

 아버지 제(祭)가 지나고 나서는

 들어본 지 오래된 기침소리 한 지게

 지고 온다

 

 시린 연못물에 별은 참되고 참되다

 -장석남, ‘어둠이 귀에 익어’ 전문

 

 연전에 홍도에 갔을 때였다. 종일 안개가 가득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눈이 안개의 흰빛에 감기니 소리들이 보였다. 기암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동백숲을 거니는 바람소리, 흑산도 쪽으로 건너가는 새들의 날갯짓 소리. 모두 거기 있었던 것들이다.

 장석남의 ‘뻥’은 조금 더 세다. 귀가 어둠에 익으면 “별의 비명”과 세상 떠난 아버지의 “오래된 기침소리”가 들린다는 것인데, 정녕 눈이 닫히면 귀가 열리는 것일까?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