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 그런데도 최근 한 중요 회사는 생리대 가격인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몇 개의 언론에서 생리대를 사지 못해 난관을 겪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생리를 둘러 싼 이야기들은 언제나 있었지만 해당 보도들에서 드러난 ‘어떤 사람’들의 모습은 사회를 흔들어 놓았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생리대 하나로 오랫동안 버틸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신발 깔창을 대고 다녔다는 이야기, 학교에 가지 않고 수건을 허리에 대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안타까워 하며 특히 저소득층에 생리대를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리대 이슈와 함께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직장 내 여성 직원들의 잦은 생리휴가 사용을 꼬집으며 게시판에 이를 문제제기 하는 사장의 안내문이었다.

 어느 청소용역회사는 보건휴가(생리휴가 포함)를 사용하려면 폐경이 아니라는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했다는 소식도 함께 퍼졌다. 앞선 생리대 이슈와는 달리 ‘생리 하는 게 뭐가 대수냐’ ‘생리휴가로 잔꾀 쓰는 여직원이 많다. 생리휴가 폐지해야 한다.’ ‘출산이나 육아 휴직도 마찬가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생산 권장하며 재생산 장치는 비난

 여전히 우리 사회는 생리를 임신·출산과 연결시켜 이해한다. 저소득층에게 생리대를 보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는 배경에도 생리는 임신과 출산을 ‘위한’자연스러운 과정인데, 그 점이 보장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이 사회의 ‘상식’이 깔려있다.

 그렇지만 생리휴가 및 그와 이어지는 출산·육아 휴가와 같은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에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한편으로는 임신·출산이라는 재생산을 권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생산을 위한 장치들을 비난한다. 설상가상으로 그러한 장치들(생리·출산·육아휴가)은 거의 작동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생리·출산·육아 휴가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이를 드러낸다.

 생리대를 살 수 없었던 여성들은 왜 진즉 이 사회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을까? 주변 가족과 지인 혹은 학교에 떳떳하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을까? 생리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생리에 관한 일들은 모두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사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생리를 다루는 이러한 인식은 임신·출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이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개인이 알아서’해결해야 하는 사적인 일이다. 그래서 생리대 마련도 개인이 알아서(경제적으로 빈곤하든 아니든)해야 하고, 임신·출산도 다니고 있던 회사나 살고 있는 사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해결하는 게 덕목으로 권장된다. 그게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여성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자

 지금까지 우리에게 ‘생리’는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생리에 관해 사회적으로 이야기 되는 건 고작해야 생리에 관한 이미지를 왜곡하는 생리대 회사의 광고뿐이었다. 그러나 생리 및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경험이며 반드시 사회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숨어서 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해당 경험들이 일종의 불행(생리대를 쓰지 못하는 것,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인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나가야 한다.

서단비(mussei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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