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상무금요시장을 지키는 학생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남대 학생입니다. 먼저, 이름을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몇주 전, 항의방문 갔을 때, 서구청 공무원들이 학생들 얼굴을 카메라로 마구 찍고 나서 “사법 처리”를 운운했기 때문입니다. 일개 대학생일 수밖에 없는 저는 공권력이 무서워 익명으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하고 있음에도 꼭 말해야 했습니다. 저희 학생들이 지난 한 달 동안 노점상 분들의 싸움을 함께 하면서 본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제 어머니는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만 빚 걱정 없이 살고 싶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저희 집 빚은 도무지 줄어들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저희 집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올라오지 못합니다. 정규직에서 떨어지면, 비정규직이 되거나 자영업자가 되고, 언제 짤릴지, 언제 망할지 몰라서 항상 불안에 떱니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될 수 없는 사람들은 노점상이 됩니다.

 학생들이 직접 만난 상무금요시장의 노점상 분들이 그랬습니다. IMF 때 구조조정으로 해고되신 분, 남편이 해고되면서 생계를 책임지러 나오신 분, 원래 하던 자영업이 망해서 거리로 나선 분, 그리고 평생을 빈곤 속에 살며 노점상만 한 분. 처음부터 노점상을 하고 싶었던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는 해고되어야 했고 누군가는 망해야 했고 누군가는 빈곤 속에 살아야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그 누군가는 늘어만 갔습니다.

 하지만 노점상분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어떻게든 자식들 키워보려고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매주 금요일 장이 서는 날이면 새벽 6시부터 자리를 지키십니다. 요즘 기상청에서는 폭염주의보라고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날아옵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12시간 넘게 밖에 있어야 합니다. 이 악물고 버팁니다. 정말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그냥 나가”라는 임우진 서구청장

 그런데 서구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내쫓겠다고 합니다. ‘명품거리’를 조성해야 하는데 노점상 분들이 있으면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살아보겠다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치워내야 한다고 합니다. 너무 ‘우연히’도, 너무 ‘운이 좋아서’, ‘의도치 않게’ 그만 부동산 투자가 대박 나버린 나머지, 공직생활 중에 17억 가까이 돈을 번 임우진 구청장님에게는 ‘생존권’이라는 말이 멀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또, 청장님은 2년 전 선거할 때 노점상 분들을 찾아와서 ‘한 표만 달라’고 통사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까맣게 잊으셨는지, 이제는 대화도 단절하고 한 사람당 몇백 만 원씩 과태료를 물리고 계십니다. 그리고는 여기서 떠나면 과태료를 없던 걸로 해주겠다고 협박하십니다. 음주운전을 저지르신 지 6개월 만에 또 음주운전을 하실 정도로 공사가 다망하여 정신이 없으신 분에게 2년은 긴 시간입니다. 그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장님이 속해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아무런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주시민들에게 그렇게 크게 혼났으면서도 구의원 하나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점상 분들을 찾아오신 적 없습니다. 구청장님의 비전인 ‘더불어 사는 복지공동체’나 더불어민주당 이름의 ‘더불어’에는 힘없는 사람이 포함되지 않나 봅니다. 그래놓고는 올해도 5월에 ‘광주정신’을 들먹이셨던 분들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구 주민들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구청에서는 주민들이 너무나도 원하기 때문에 이 강제철거를 꼭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것만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만들어진 ‘명품거리’를 사람이 원한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서구청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을 뿐이라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서구청이 서구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 이라면,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무금요시장을 이용하는 서구주민 여러분, 상무금요시장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서구 주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 주십시오. 서구청은 같은 사회, 같은 광주의 일이라 관심을 갖는 대학생들조차 이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외부세력이라며 귀를 닫고 있습니다. 서구 주민분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절실한 상황입니다.

상무금요시장을 지키는 학생모임(facebook.com/togethersf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