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 잘하는 사람을 우대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온 나라에 성과 퇴출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쉬운 해고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한데다 공공부문 민영화를 위한 디딤돌이 될 거라는 항변이 거세다. 은행 파업에 이어 철도와 지하철, 그리고 병원에 이르기까지 저항이 빗발치고 있다. 오는 10월1일에는 성과퇴출제 저지를 내세운 대규모 공공부문 집회까지 계획되어 있다.

 교사도 평가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더구나 평가가 한 번도 아닌 1년에 3번씩이나 진행된다. 교원능력개발평가, 근평, 성과급평가가 그것이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근평과 성과급평가가 하나로 합쳐져 교원업적평가가 바뀌면서 두 번의 평가로 바뀌었다. 하지만 교원업적평가는 차등 폭이 한층 커진 성과급과 승진을 연결시켜 한 번의 평가로 돈(성과급)과 승진을 결정함으로써 교직사회를 전면적으로 경쟁하게 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정성평가라는 이름으로 학교관리자(교장, 교감)의 주관에 전적으로 좌우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공공부문이 평가하는 `성과’란?

 상위권 학생을 위한 성적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킨 광주 모여고의 사례에 대입해보자. 관리자의 평가가 절대적인 평가시스템 속에서 성적조작을 강요하는 학교장의 말을 교사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최근 공공부문에서 도입되고 있는 `저성과→퇴출제’가 만약 학교에 정착한다면 학교장의 권한만 더욱 커지게된다. 이 경우 교장의 불법적인 명령이라도 거역하면 당연히 저성과자가 되고 퇴출대상이 된다. 그리고 정말 퇴출되어야 할 사람(?)은 퇴출당하지 않게 된다.

 공공부문에서 성과를 높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한전을 예로 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전기의 생산량을 높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최종에는 생산된 전기를 비싸게 팔아서 많은 영업이익을 남겨야 일을 잘하는 것이다. 전기세 인상은 당연한 귀결이 될 것이다. 비단 전기 뿐이겠는가? 이렇듯 중요한 물과 가스 등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분야이기에 공공부문이라 부르는 것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성과연봉제를 거부하며 은행노조가 벌인 총파업에 대응한 사측인 은행의 논리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은행들은 “성과연봉제가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해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로 수익성이 악화된 현상황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려는 은행들은 결국 가장 쉽게 수익성을 개선할 방안을 찾아 대출금리 인상과 위험부담이 따르는 서민들을 상대로하는 대출을 축소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교사간의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교원의 성과급과 교원평가는 본질적으로 반교육적이다. 경쟁은 교사들 사이의 소통과 협력을 방해한다. 동료 교사이기 전에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수업들어 간 교실의 학생이 보인 여러 특징에 대해 담임과 소통할 필요가 없다. 그런 건 경쟁상대와 하는 일이 아니다.



일방적 기준은 교사의 전문성 부정

 그리고 일방적 기준으로 교육활동을 수치화·계량화 할 것을 강요한다. 야자시간에 몇 명의 학생이 교실에 앉아있는지가 평가 대상에 오를 것이고 학생들의 야자 선택권은 길을 잃을 것이다. 방과후학교 신청학생 비율을 억지로 높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교사는 학생을 다그칠 것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 앞에서 볼모잡힌 심정으로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런 선생님이라야 학교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각 교사가 가진 전문성을 부정당하게 된다. 해당 교과의 특징이나 노하우는 비전문가들의 개인적 호불호를 바탕으로 평가받게 되어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치게 된다. 결국 동료교사간의 관계는 물론 학생-교사간의 관계를 황폐화된다.

 간혹 학부모 중에는 `반드시 퇴출시켜야할 교사가 있으니 성과퇴출제는 필요하다’는 분이 계신다. 그런데 성과퇴출제로는 절대 그런 사람 퇴출 못시킨다. 그런 교사일수록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학교관리자와의 커넥션 정도는 필수적으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폭력, 금품수수, 성적조작 등 마땅히 퇴출되어야 할 교사가 있다면 관련 법률로 처벌할 수 있다. 성과퇴출제는 오히려 그런 범죄자들을 더 좋은 평가를 받도록 만들어 보호막이 될 뿐이다. 결과적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고도 빈대는 무사한 경우다. 온 사방에 빈대만 넘쳐날 것이다.

김재옥<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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