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시절이다.

 만나는 이마다 사는 것이 맥이 없다고 한다.

 물대포를 쏴서 죽여 놓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국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병으로 죽었으니 부검을 하잔다. 눈 있고 귀도 뚫리고, 입도 버젓이 달린 사람들은 모두 울화통이 터져 죽으라는 모양이다.

 사드도 멋대로 할 테니,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주인인 백성들은 아도(啞陶)처럼 벙어리로 견디고 있으란다.

 길을 어디서부터 잘못 든 것일까? 이 캄캄한 밤길에 땅은 흔들리고, 비바람 거세다. 선장이 먼저 떠나간 세월호 뱃속, 피멍든 손톱으로 출구를 찾는 죄 없는 아이들처럼 우리는 깊은 절망의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부엉이바위에 슬픔의 꽃이 지고 난 뒤부터였을까? 아니 이 땅을 적시고 마을을 감싸고 흐르던 강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멈췄던 때였을까? 권력과 돈의 눈치를 보며 숨죽인 그 때부터 우리들은 벼랑의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지쳐가는 불면의 밤은 길기만 하다.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리는 땅과 함께 불안한 핵발전소도 지척이다. 이 땅을 아이들에게 물려줄 ‘금수강산’이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닥치면 가야지요. 모두 우리들이 자초한 길이니까요.” 지인의 말대로 우리들이 선택한 길이니 발등을 찍는 도끼날을 감내하기엔 너무 억울하다.



뭣이 중요한가? 똑똑하게 챙기고…

 그러나 세상의 끝날이 당장 오더라도 이런저런 온갖 것들로 어지러움에도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꼭 챙기고 가야할 것들이 많다. 주눅이 든 개돼지 같은 존재들을 다시 사람으로 깨우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 세우는 것도 우리들이 해야 될 일이다.

 얼마 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광주는 2020년 7월부터 자동 실효되는 헌법불합치 판정에 따른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으로 미집행공원 25개소에 대해 지난해부터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미집행 공원을 조성하기위해서는 부지매입 포함 2조7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가난한 시 재정으로는 중과부적이다.

 시 재정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본적인 공원의 기능존속을 위하여 시 예산의 부지매입과 국가공원 지정, 민간공원 조성 등 현실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공원의 경우, 장기미집행공원 중 100만㎡ 이상인 중앙·중외·일곡·영산강대상공원을 지정해달라고 하려하였지만, 올해 9월29일 개정된 시행령에 300만㎡ 이상이며, 부지를 지자체에서 매입 완료한 경우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실망이 크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상의 이유로 국가에서 미조성공원 해소에 국비를 지원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에서는 시행령 개정도 건의하고, 미반영 될 때를 생각하여 민간공원 조성도 추진하여 도시의 숨통인 녹지를 지켜낼 계획이다. 민간공원은 면적 5만㎡ 이상의 미조성 공원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하여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 미만에 비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시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동안 뜻있는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던 것에 응답으로 뭔가 부족한 것이어서 모두다 실망이 컸다. 더구나 일몰제가 얼마 남지도 않은 시점이어서 맥이 빠졌다.

 2007년 앞산뒷산네트워크 활동이 시작되고, 중앙공원을 국가공원으로 지정하자는 행정과 시의회,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노력은 지난 2012년에 이어졌다. 그해 8월에 정의화 의원의 발의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움직임이 있었다. 부산과 광주를 중심을 중심으로 한 포럼과 심포지엄이 지속되면서 올해 3월에 국가도시공원 관련법 개정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과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분들의 피땀 어린 노고의 결과였다. 그러나 시행령을 받아본 이들은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자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국가백년지대계… 모든 지혜 모아야

 당장 시의 재정 형편으로 감당하지 못할 부지매입은 산 너머 산이다. 대안으로 시에서 생각하고 있는 민간공원 조성도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모임에 참여한 어떤 이는 시에서 공모하고 있는 예산과, 아낄 수 있는 있는 예산을 모두 모아 미조성공원 부지를 사는데 쓸 수 있게 통 큰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시민과 행정이 합의만 하면 정말 꼭 필요한 광주의 초록도시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이는 미조성도시공원의 부지 매입을 위한 지방채라도 발행해서 미래 광주의 숨통이 될 부지를 확보하자고 했다.

 여러 가지 대안들이 나왔지만 시민과 단체의 힘만으로는 힘들다는 결론이었다.

 지자체와 의회 그리고 시민이 이 중대한 의제를 함께 풀어내야 하고, 국회와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한다. 기업도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재단에 일시에 모은 재원이나, 밑 빠진 사대강에 쏟아 부은 눈 먼 돈을 이런 중대한 국가백년지대계에 써야 한다.

김경일<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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