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지 모르겠어.” 열차를 자주 이용하는 후배의 대답이다. 10월23일로 철도 파업이 27일째로 맞아 전체 열차 운행률이 평시의 92.3%라는데, 그 후배는 왜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는 100% 운행하는 KTX 승객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50~60%대 운행에 그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승객이라면 적잖은 불편을 느꼈을 것이다. 코레일은 왜 KTK는 100% 운행하면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50~60%대 운행하는 것일까? 돈 때문이다. KTX는 흑자노선이라 운행할수록 돈을 벌지만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노선은 적자노선이라 운행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성과주의는 공공서비스를 파괴한다

 철도파업에 대처하는 코레일의 노선별 운행률 차이를 보면 철도노조가 왜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형편이 어려운 승객이 이용하는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운행부터 줄였다. 지금도 이런데 성과주의가 도입된다면, 산간벽지로 운행되는 적자노선과 새마을호, 무궁화호부터 없앨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철도와 지하철에서 안전보다 돈을, 생명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성과주의의 폐해를 우리는 숱하게 경험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와 열차에 끼여 사망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 속에 죽어간 청년 앞에 ‘우리의 책임’이라며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10월19일 김포공항역에서 승객이 스크린 도어 사고로 숨졌다. 지난 9월13일 한반도를 강타한 경주 지진 이후, 열차 지연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선로보수 작업을 하던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성과만능주의가 부른 공공기간 비용 절감과 위험업무 외주화가 부른 인재였다. 이러한 성과주의의 폐해는 철도강국 일본에서도 일어났다. 2005년 4월 오사카의 JR후구치야마선 열차가 출근길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곡선 선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 전동차 탈선으로 107명이 숨졌다. 기관사가 정시보다 지연된 2분을 회복하기 위해 곡선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었다. 운행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재교육 등에 회부되는 수익위주의 문화가 만든 폐해였다. 이러한 문화는 그다지 바뀌지 않아 2011년 5월 사무캇푸역과 신유바리 사이를 운행하던 특급 ‘수퍼 아오조라 14조’가 탈선해 79명이 부상당했다. 이후 JR 2대 사장이었던 나카지마 나오토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 ‘안전을 최우선으로’를 남겼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안전’이 아니라 ‘수익성’과 ‘생산성’ 위주로 역행하고 있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며 경쟁체제에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불편해도 민영화 막는 길!

 성과연봉제는 성과주의의 시작일 뿐이다. 그 끝에 민영화가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7월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된 14개 노선에 대해 19조8000억 원 규모의 민간자본 투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노선 중 ‘평택-소송 구간’은 경부, 호남고속철도가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구간으로 알짜배기 노선이다. 당연히 재벌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처럼 철도가 민영화된다면 수익성 경쟁체제로 요금인상, 적자노선 폐지, 인력감축을 할 게 뻔하다. 사라지는 것은 안전과 승객 편익 등 국민의 권리가 될 것이다. 민영화된 영국철도가 보여준 대폭적인 요금인상, 잦은 대형사고, 막대한 정부 운영보조금, 대규모 인력감축의 전철을 우리 철도가 따라갈 이유가 없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는 순간 누구도 ‘내 안전’을 지킬 수 없는 사회로 간다. 철도노조 파업은 철도 노동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누리는 국민의 권리도 함께 지키는 싸움이다. 다시는 ‘세월호’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면 “불편해도 괜찮다”며 응원할 파업이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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