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촛불이 켜졌다. 회를 거듭할수록 숫자는 더 늘어나고 있고 날씨가 추워지면 움츠러들고 바람이 불면 꺼질 거라던 촛불은 보란 듯이 230만 명이라는 경이로운 숫자 기록을 갱신하며 물결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 박근혜와 비선실세 최순실이 개입한 국정 농단 사건들의 의혹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어떻게 저럴 수가’라고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진실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깊어지는 한숨과 함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 분노를 담은 촛불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이슈가 집회 내에서 ‘여성 혐오’ 발언 논란이다.



여성 아닌 대통령 역할에 대한 비판이어야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비판으로만이 아니라 ‘여자’로서 폄하하는 수많은 표현들은 매우 불편하다. 소위 ‘진보적 분노’라고 하는 맥락 속에서 진행된 대중 집회에서, 제각기 뱉어내는 최근 시국에 대한 비난들에서 원색적인 혐오 표현이 난무하다. ‘병신년의 국가 수치’라거나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여인네’, ‘강남 아줌마’ 발언은 강도가 약해 오히려 문제제기 여지가 없어 보일 정도이다.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년’을 붙이는 것은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성혐오적인 표현들과 차마 옮기기 어려운 욕설들이 난무했다.

 최근에 가장 논란이 되었던 DJ DOC는 왜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까? 문제가 된 노래 ‘수취인분명’의 가사 중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부르고 ‘하도 찔러 대서 얼굴이 빵빵’이라는 대목의 여성 혐오 논란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온라인상에서는 그 대목이 여성혐오가 아니라는 입장과 함께 누가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했는가에 대한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미스~’는 미혼 여성을 부르는 호칭으로 주로 회사나 사무실에서 쓰이는 용어로 집에서나 친구사이에는 잘 쓰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미스~’는 상급자에 의해 호명되며 그 여성은 주로 커피를 타거나 복사 심부름을 하는 대부분 낮은 지위에서 성역할에 기반한 일들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여성 당사자에게 ‘미스~’라고 호명되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이 될 수 없다.

 또, 노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스박’이라고 불렀는데 호칭에서 남자(Mr.)는 결혼 여부를 묻지 않은 반면 여자는 결혼한 여자(Mrs)와 결혼하지 않은 여자(Miss)를 나눠서 부른다. 결혼 여부에 따라 호칭을 달리 하는 것은 분명 남성중심적인 가치관이다. 그래서 대통령에 대한 잘못을 이야기 하는 자리에(노래에) 결혼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생물학적 성에 따라서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의 이중기준이 된다면 그것은 성차별이자 성혐오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박근혜와 여성 박근혜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다.



광장에서 우리가 함께 부를 노래는?

 나는 현재 사회 곳곳에서 여성혐오 논란이 부각되고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들에 의해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지면 대립이나 갈등도 있을 수 있지만 그것 또한 힘을 가진 쪽에서만 행위를 했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그룹들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어쩌면 우리들은 대통령의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후퇴시킨 것에 대해 분노해 촛불을 들었지만 주말마다 광장에서 진짜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페미니즘은 꾸준히 지배와 폭력이 사라지는 다음의 세계를 말해왔고 그 이야기가 이제 이 사회에 들리기 시작했다. 2016년 촛불 정국 광장에서 우리가 함께 불러야 할 노래는 민주주의와 성평등이다. 민주주의와 여성혐오는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희정<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대표>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