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과 추방정책을 “나쁜 놈들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 주장하는 트럼프의 초강경 반이민정책으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이건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이민으로 만들어진 나라가 이민자를 극단적으로 배제하는 정책을 취하니 나올만한 비판이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 박근혜 탄핵 촛불을 든 모든 시민을 박멸 대상인 빨갱이로 보는 탄핵 반대 광장의 구호도 배제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촛불광장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그러한 배제와 차별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녹록지 않은 일이다.



광주시교육감과 돌봄노동자

 약자의 권리 존중이 민주와 인권이다.

 광주 촛불의 단골 중에서 내 눈길을 끄는 사람들이 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초등학교 돌봄 교사와 기간제 유치원 교사들로 이루어진 공공노조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다. 박근혜 탄핵과 민주주의 광장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은 진보교육감이라는 장교육감에게 해고 반대와 전원 고용 승계를 외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들인 이들은 새학기를 앞두고 광주교육청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발표했지만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인원이 해고 됐거나 해고될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광주교육청에 걸려있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정의로운 민주시민 육성”, “민주 인권, 친화적 학교 실현”이란 구호가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민주와 인권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존중할 때 실현되는 것이다. 교육행정과 학교에서 가장 약자 위치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내쫓는 것을 두고 민주와 인권을 실현하는 교육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노조 안에서도 약자인 비정규직에 대한 배제로 시끄럽다. 금속노조는 전국자동차판매연대노조 가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점은 정규직으로 이루어진 직영지점이 있고 딜러라고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대리점이 있다. 대리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동차판매노조를 만들어 금속노조에 가입신청을 했지만 9개월이 넘도록 가입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 판매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자동차 판매위원회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로 가입 승인이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20일 중앙위원회의에서 해결하지 못해 결국 3월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장발의 안건으로 다뤄지게 됐다. 금속노조는 규약에 따라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그런데 9개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가입을 처리하지 못하는 노조가 어떻게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나?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로 낮은데 그마저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2% 불과하다.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를 식구로 받지 못하는 노조가 어찌 평등한 사회를 꿈꿀 수 있단 말인가?



가로막힌 자동차판매노조

 지난 1월에는 전주의 한 건설현장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정에서 8명이 단속됐고 이중 5명이 강제추방 되는 일이 있었다. 이주노동자에게 추방은 삶을 송두리 채 뺏는 반인권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건설노조 전북지부의 요구로 이뤄졌으며 행정기관의 단속에 조력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건설노조와 민주노총이 사과하고 이주노동자는 추방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임을 확인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민주노조운동의 가치는 더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미등록 체류를 문제 삼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차별정책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이다.

 주체의 변화 없이 새로움은 없다.

 촛불 광장의 민주주의는 박근혜 적폐 청산뿐만 민주노조와 진보진영 내부의 배제와 차별을 극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체의 변화 없이 새로움을 만들 수는 없다. 다행히 주체의 반성과 변화를 도모하는 흐름도 있다. 며칠 전에 과천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해 작업을 거부하자,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며 반나절만에 이주 노동자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했다. 금속노조도 3월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장안건발의로 자동차판매 가입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광주교육청도 교육공무직노조와 대화를 하고 있다. 부디 약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선택과 결정이 있기를 바란다. 박근혜 없는 박근혜 체제를 넘어서는 길, 배제와 차별 없는 사회를 나아가는 길 우리 안에서 먼저 만들어야 한다. 촛불광장의 민주주의에 동행하는 길로!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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