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다른 사람’은 변하지 않아”

▲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각자 머리 속에 ‘프레임’이라는 세상을 보는 방식을 갖고 있다.

 직장인 김 과장은 자신을 갈구는 최 부장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며 상담을 시작했다. 상사의 갈굼은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출장취소나 업무 배제, 부서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업무 장악력이 떨어지고 리더십이 없다는 비난, 은근히 근무평정을 핑계삼아 자신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라는 압박, 과다한 업무 분담으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등의 행동이다. 이로 인해 김 과장은 몇 개월 전부터 불면증 약을 복용해야만 잠을 잘 수 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무시를 받은 생각이 떠올라 억울하고,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불안하며 무기력하다고 한다. 김 과장이 상담을 시작한 이유는 최 부장의 ‘속내’가 궁금해서란다.

 군대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던 아들이 막상 군인이 되더니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서 대견했던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전역을 하고 일주일쯤 되자 아들의 생활은 입대 전의 모습이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아들의 머릿 속이 궁금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을 때

 

 다른 사람과 갈등을 겪을 때 사람들은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상대방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한다. 그의 속마음을 알면 그를 이해하기 쉽고, 그의 진심을 알면 자신도 양보하거나 타협, 혹은 조정해서 갈등 상황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이는 우리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의 원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원인을 알면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다르게 바꾸면 원인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김 과장이 추측한 최 부장의 ‘속내’는 이렇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정보를 듣고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것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서 그리고 자신과는 다른 성격 때문이라고 본다. 게다가 여자 상사는 처음이고, 그녀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부연설명이다. 그의 예측대로 상사가 자신을 갈구는 이유가 맞다면 그가 지금 받고 있는 부당한 대우가 달라질까? 아들의 불규칙한 생활이 ‘하는 일이 없어서’라고 짐작하지만, 엄마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아들의 행동이 달라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다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의 진심을, 속내를, 꿍꿍이를 안다 한들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매일 아침 지각하지 않으려 달리면서 ‘내일은 5분만 더 빨리 나와야지’하지만 어떤가. 다음날 아침에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자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작은 행동의 변화마저도 쉽지가 않으니, 타인은 더 어렵다. 왜 그럴까.

 

 “내 스스로 다른 프레임을 가져야”

 

 이유는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각자 머리 속에 ‘프레임’이라는 세상을 보는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프레임(생각, 혹은 사고방식)에 맞으면 어떤 것이든 잘 받아들이고 맞지 않으면 ‘사실’을 아무리 접해봐야 다 버려버리고 자신의 프레임에 맞게 재해석해서 제 멋대로 받아들인다. 마치 우물(프레임)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그러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쳐 자신의 프레임이 깨지는 순간 좌절하고 절망한다. 이때 자신의 프레임을 고집하면 할수록 괴로움은 커진다.

 자신의 생각에 빠져있어서 다른 프레임을 무시하는 사람은 고집스럽고 완고하며 융통성이 없어서 다른 프레임과 마찰을 하면 엄청난 고통을 경험한다. 그러다 여러 차례 부딪치고 깨지면 프레임 없이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유로울 수 있다. 사고방식이 유연해 지면 상대방의 이야기가 내 생각과 전혀 다르게 전개되어도 이해할 여유가 생기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심정적 여유가 생긴다. 물론 이렇게 될 때까지 정신적 고통도 크다.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과 다른 사람은 변하지 않고 제멋대로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세상을 탓하기보다 스스로가 다른 프레임을 갖던가, 프레임 자체를 없애려는 노력은 어떠한가. 중간 관리자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 할 뿐 평가와 평판에서 자유로워지는 프레임.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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