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눈에 없으면 엄마 머릿속에서도 지워라”

 얼마 전에 심리극을 했는데 주인공으로 나온 여성분의 사연이 이렇습니다.

 중학생 아들과 매일 다퉈서 힘들어합니다. 다투는 이유는 아들이 엄마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내도 답을 안 주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집에 올 때까지 걱정과 불안으로 기다리다 아이가 오면 왜 문자를 씹냐고 야단을 칩니다. 그러면 아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엄마 문자를 받는 데 매번 답을 해야 하냐고 귀찮아 죽겠다고 합니다. 엄마는 네가 어디 있는지 확인이 안되면 불안하니 제발 엄마 연락 좀 받으라고 성화고 아이는 자기를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 짜증냅니다. 주인공으로 나온 엄마가 하소연합니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내가 뭘 잘 못했나요?”그 날 심리극을 하면서 아이에 대한 화, 그리고 불안에 대해서 조금 풀었습니다.

 드라마 후에 관객과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요새처럼 불안한 세상에서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이야기들, 그럼에도 아이를 믿고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는 분, 험한 세상에 아이 안전을 확인해야 하지 않냐며 주인공에게 동조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하루라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들에게 울타리를 치게 됩니다.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하고 외부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시대는 스마트폰이 아이의 울타리입니다. “거기 어디야?” “누구하고 있어?” “뭐하고 있어?” 아이의 생활을 실시간 중계방송 하듯 들어야 마음이 편합니다. 전화해서 안 받으면 그때부터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납니다. 잠시라도 위치가 불확실해지면 마치 아이에게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급 불안해집니다.

 옛날 핸드폰 없던 시절이 더 마음 편했습니다. ‘때 되면 들어오겠지’ 이렇게 마음 편히 생각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스마트폰 시대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켰습니다. 잠시라도 연락이 안되면 불안해집니다. 내 시야에, 내 귓전에 붙잡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엄마도 아이도 스마트폰 노이로제에 걸렸습니다. 엄마는 연락 안 된다고 안달이고 아이는 하루 종일 확인 전화한다고 짜증입니다.

 스마트 폰 울타리 정도면 그나마 견딜만 합니다. 불안 때문에 아이를 집안 울타리에 가둬두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친구 집에서 자는 것도 안되고 캠핑도 위험해서 안되고 수학여행도 안된다고 하십니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경험까지 통제합니다.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자유를 구속하게 됩니다.

 이 시대에 엄마의 불안이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좋은 건 아닙니다. 불안해한다고 일어날 일이 안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아이를 집안에 놔둔다고 완벽하게 사고를 예방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총에 맞아 떨어지더라도 참새는 날아야 하고 호랑이한테 잡아먹히더라도 토끼는 숲속을 뛰어다녀야 됩니다.

 문제는 엄마의 불안입니다. 불안해봤자 엄마 손해 아이 손해입니다. 불안을 줄이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열 번 불안할 때 한 번은 견디셔야 합니다. 그래야 불안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아이가 눈에 없으면 엄마 머릿속에서도 아이가 없어야합니다. 아이가 집 밖에 나갔는데도 엄마 머릿속은 늘 아이와 같이 있습니다. 얘가 어디서 뭐하나 얘가 뭔 일이 있는 게 아닌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불안 불안해합니다. 안 보이는 아이가 머릿속에 떠오르면 도리도리 털어내셔야 합니다. 엄마 머릿속에 이런 불안의 패턴이 생기면 참 괴롭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통제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엄마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입니다. 엄마가 자기 불안을 가라앉히려다 자녀의 인생 경험의 배를 가라앉히게 됩니다.

 아이에게 아이의 운명이 있습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안 일어날 일은 안 일어납니다.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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