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자마자 묵은 숙제 하나를 했다. 뒷마당에 두엄자리를 헐고 거름을 냈다.

 덮었던 포장을 걷고 큼큼하고 꾸리꾸리한 두엄자리를 뒤집어엎었다.

 음식쓰레기와 꽃밭에서 맨 잡초와 개똥, 온갖 낙엽들을 넣어 묵혀놓았던 것이라 지렁이도 크고 기름져 빛나는 몸매를 보여주었다. 겨울에 제대로 발효가 된 거름이 올봄 꽃밭농사를 기대하게 했다.

 봄이 와서 꽃들이 너나없이 피었다.

 키 작은 봄까치꽃, 제비꽃, 쇠별꽃, 민들레, 수선화…. 영춘화, 히어리, 개나리, 황매화, 산수유, 단풍나무 꽃까지 세상이 꽃 천지다. 시린 겨울을 애써 견딘 마른 가지에 물이 돌고 꽃보다 어여쁜 새싹들이 연둣빛 손을 화들짝 펴들고 보드라운 봄빛을 받는다. 땅이 풀리고, 새싹이 돋고, 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어야 ‘진정한 봄’이다.

 지난 겨울에 이 ‘봄다운 봄’을 맞으려 애쓴 국민들이 이봄을 맞는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촛불을 들어 썩은 적폐를 밀어내며 사람들은 더 환한 봄을 기다렸을 것이다. 가슴 가득 차오르는 사랑으로 이 땅에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으리라.



나라와 개인의 운명 가를 순간

 이 땅에 봄이 오자,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고대하던 ‘골든타임’이, 이 땅에 왔다. 이 혁명이 세상의 봄날을 불러 올 것인가 하는 정말 중요한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는 무얼 해야 하는가.

 우선 비워보자. 그릇을 비워보면 그 그릇에 담을 것들을 무얼 담을지 가늠이 된다. 썩은 것을 담을지 향기 나는 것을 담을지도 생각할 것이다.

 그릇이 감당할만한지도, 당대에 다 써버릴 것인지도 곰곰 따져볼 수 있으리라.

 죄 지은 나라의 수장이 감옥에 가고, 새로운 수장을 고르는 수순을 밟아가며 문득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다.

 아직도 국민을 ‘개 돼지’로 생각하고, ‘종북’이니, ‘좌파’니 몰아가는 자들이 이 땅에 다시 얼씬도 못하게 하려면, 이 전환의 순간을 잘 보고 가야만 해야 된다.

 나라를 잘 이끌 수장을 뽑는데 있어 그동안은 수동적으로 끌고 가는 데로 따라가서 뽑기만 하였다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볼 필요가 있다. 비싼 수업료를 들여 선택한 황금 같은 전환의 때라 더 그렇다.

 이 순간이 후대의 역사에 길이 남을 혁명의 시간대가 되기 위해서 마무리를 잘 해야만 한다.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스스로 깨어 일어나, 서로간의 활발한 소통과 연대에도 주저 없이 참여하여 제 목소리도 내놓아야 하리라.

 나라와 나의 운명을 바꿀 중차대한 순간인데, 무엇이 두려우랴.

 내 안의 원하는 바를 구현해줄만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가만 있으라’ 하면 ‘녜’ 하지 말자. ‘아니오’, ‘나쁘다’ ‘하지 말아라’ 끝까지 길동무해줄 수장을 뽑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뽑은 수장에 대해 당당히 주인의 몫을 다해야 한다.



서로가 벽이 되지 말자

 나는 스스로 비워보고 고민했는데 다른 이들은 어쩔 것인지 따져 고민 하지말자.

 서로를 다독이며 가자. 서로를 믿자. 더 따듯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통하자. 무엇이 아쉬웠는지, 무엇이 아팠는지, 서로에 대해 공부하자.

 힘이 된다면 내 안의 적폐는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서로가 벽이 되지 말자.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목마른 목을 적셔줄 때 세상의 봄은 언제든 온다. 두엄자리의 거름처럼 서로 잘 썩고 발효되자. 그래서 서로에게 거름이 되자. 서로가 서로에게 꽃피워줄 봄다운 봄날이 되자. 살아갈 날이 봄날이 되게 하자.

김경일<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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