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대선’은 백만 개 촛불의 염원을 담은 장밋빛 대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일까지 바꿔버린 19대 대선은 짧은 기간 동안 치러진 선거였지만 이전 대선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못했던 쟁점들이 부각되기도 하였다. 혹자는 이미 승부가 난 재미없는 게임이라 이야기 하고 있지만 며칠 남지 않은 대선을 페미니즘 관점으로 보는 관전평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여성적인 것이 정치적’이었던 이슈들은 이번 대선의 중요한 성과와 평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여성’ 대통령이 아니었다. 후자의 ‘여성’은 페미니스트를 의미한다. 페미니즘은 계급, 인종, 능력, 성적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를 의미한다. 페미니스트는 이런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사실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 자신이 ‘여성’을 대표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무대에서 ‘여성’이라는 기호를 선점함으로써 여성 당사자로서 여성의 대표자가 되었던 셈이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페미니스트 정치를 했다기보다는 ‘세월호 7시간’ 등 자신이 가장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면 어김없이 ‘박근혜는 여성’ 논리를 앞세워 위기를 모면하였으며, 공격하는 사람들을 약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여성’을 물어뜯는 무자비한 인간들로 치부하기도 했다.

 ‘박근혜’ 몰락의 여파인지 이번 19대 대선의 이번 대선에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별이 문제가 아니라 ‘젠더의식’을 가진 대표자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오면서 남성 후보자들의 페미니스트 선언이 있었다. 이는 박근혜가 선언할 필요 없던 여성임보다 대표성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정치 확장이라는 의미에서 유의미하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대선기간 TV토론에서 보여준 ‘동성애를 찬성/반대하느냐’라는 혐오 발언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유보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은 여성 대표성을 가지고자 했던 ‘박근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성소수자의 차별을 암묵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이원화된 젠더 질서의 억압성에 맞서는 페미니즘의 가장 기초적인 강령을 위반한 처사다. 남성 대선후보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여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여 여성의 대리인을 자처하고 있는 점은 여성의 대표자 위상을 탐내지 않던 박근혜가 대선이라는 정치적 무대에서 ‘여성’이라는 기호를 선점함으로써 여성 당사자로서 여성의 대표자가 된 경로를 그대로 모방한 듯 보인다.

 대선 후보자들의 페미니스트 선언은 중요한 페미니스트 운동의 성과임에도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의 ‘페미니스트’ 선언은 어설픈 촌극의 대사 이상이 되지 못한다.

 촛불은 그동안 민주주의에서 온전한 시민권을 획득한 주체들이 배제가 된 것에 대한 저항이었고 장미대선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은 각자의 후보들에게 대선 일정에서 그 동안 보지 못하고 외면했던 곳을 잘 보고 비춰줄 것을 요구했다. 누가 당선이 되든지 그 빛을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종류의 차별이 없어질 그 날, 2017년 5월9일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작을 기대해 본다.

백희정 <광주나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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