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5·18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사진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대선을 통해 고대하던 정권이 교체된 것이 불과 2주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정치적 결정들이 이뤄지면서 국민들의 정서적 반응은 촉매에 의해서 급격한 화학적 폭발이 이뤄지듯 매우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도 나타났는데, 그중 하나는 일명 ‘문빠’논란이다. 이 논란에는 크게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감과 인정이 마치 특정한 연예인을 좋아하는 오빠부대와 같다는 관점이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후 보이는 행동과 정치적 행위들이 칭찬받을 만하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악의를 갖고 있다는 관점이다. 물론 이러한 두 개의 관점들의 충돌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변화하고, 감소하겠기에 다룰만한 가치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연결성을 각인하고 있는 사람들은 유시민 작가가 자신이 이번 정권기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어려움 그리고 자살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말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경유착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정치집단, 경제 집단들이 일시적인 관망의 자세에서 적극적인 공격의 자세로 돌아설 것인데, 일상적 표현을 빌려보자면 개혁에 대한 저항이 오래지 않아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은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도, 일명 ‘문빠 신드롬’의 지속성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심히 살펴볼 주제이기도 하다.

 

 ‘저속하고 무지몽매한 군중심리라고?’

 

 ‘빠’란 단어는 90년대 특정 연예인들의 광팬인 일명 ‘오빠부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사용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연예인의 팬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정치인에게 옮겨오면서 ‘노빠’, ‘문빠’ 등의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문빠’란 지칭은 이미 19대 대선과정에서 있었는데, 대선 전과 후에 그 의미와 대상이 상당히 변화되었다. 주로 대선 전에 ‘문빠’는 문재인 후보자를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지지하는 한정된 집단이었다. 그때 올린 글들과 댓글은 정치적 합리성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했으며, 상대 후보들에 대한 부적절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대선 후에 ‘문빠’라 부를 수 있는 대상은 일반 국민들로 상당히 그 외연을 확장했다. 문재인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 관망하던 사람들도 대선 직후 보인 그의 정치적 행보를 보며 그에 대한 믿음과 호감을 급격히 갖게 되었다. 대선 후에 그들은 기대 이상의 놀라운 정치적 변화에 감동과 희망을 느꼈을 것이다. 대선에서 41.1%를 득표했던 문재인 정권은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정수행지지도가 80%를 넘고 있으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 또한 50%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촛불을 통해 국가운영의 변화를 바랬던 다수의 국민들이 그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왜 ‘문빠’ 논란이 나타난 것일까? 논란의 변곡점에 한겨레21의 안수찬 전 편집장이 있다. 그는 5월 중순 페이스북에 “우리가 살아낸 지난 시절을 온통 똥칠하겠다고 굳이 달려드니 어쩔 수 없이 대응해줄게. 덤벼라. 문빠들”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1만개 이상의 비판적 댓글들이 달리면서 결국 계정을 닫았다. 물론 이 사태의 경과를 보면 한겨레21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사진에 대한 해석에서 나타난 불필요한 오해(문재인 표지사진이 악의적이라는)때문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안수찬 기자에게 댓글을 달았던 이유는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와 행위들을 마치 오빠부대처럼 폄하된 것에 대한 불쾌감이었을 것이다.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허용하라!

 

 국민들이 염려하는 것 중 한 가지는 대선 후 일명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라 부르는 진보언론이 보이는 패러다임이 보수적인 언론과 정치집단이 이야기하는 것과 오묘하게도 결이 닿아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수세에 몰린 국민의 당에서부터 적폐청산의 대상이 된 자유한국당은 대선 직후부터 ‘인기영합’과 ‘개혁에 대한 일방 지시 반대’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진보언론이 문재인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마치 ‘저속하고 무지몽매한 군중심리’로 다루면서, 자신들을 이상적 정치개념을 파악하고 있는 의식적 엘리트로 암묵적으로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개혁적 인사와 정치행위가 국민들의 인기를 얻는다고, 그것을 환영한다고 이성을 잃은 맹목적 팬덤현상처럼 평가받을 일일까? 국민들은 정치적 변화를 체감하고, 환영하고, 희망하면서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잠깐이라도 경험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일까? 함께 광장에서 얼싸안을 수는 없지만 뉴스에 달린 공감되는 댓글을 보면서 그동안의 답답함을 풀면 안 되는 것일까? 정치, 지식엘리트라는 자부심으로 보수에서 사용하는 ‘~빠’라는 단어로 집단을 구분하여 특정한 사람들을 폄하하는 것은 오히려 지나친 독선이며, 집단을 나누어 상호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닐까?

정의석 <인문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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