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의 학교 통폐합 정책이 폐교 대상지 학부모와 동문 등의 반발로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이제, 학기 초부터 강제전학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밤잠 설쳐야 했던 학부모와 학생들은 정상적인 삶을 회복할 수 있을까?

 물밑작전으로 통폐합을 추진했던 교육청이 이제와 새판을 짜겠다는 데 신뢰를 보낼 이들은 많지 않다. 더욱이 교육청은 재검토 의사만 밝혔을 뿐 검토 일정과 내용에 대해선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한다는 것이어서 재검토 의지가 확고한 것도 아니다.



광주시교육청 용어만 순화?

 이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용어가 등장했다. ‘학교 통폐합’ 대신에 ‘학교 재구조화’라는 말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임시회 시정 질문에서 학교 통폐합 관련 문제에 대해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시종일관 ‘학교 재구조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답했다.

 지난 3개월 간 이어온 통폐합 논란에선 통폐합 정책 자체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재구조화’라는 말이 논란의 핵심을 대체해 버린 셈이다. 마치 통폐합 계획은 무산될 것이고 보다 거창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학교 재구조화는 ‘개별 학교가 하나의 기관으로 효율적 운영을 위해 수립하는 과정’ 정도의 의미로 쓰인다. 이뜻대로라면 교육청이 앞으로 학교 통폐합 아닌 제3의 대안까지도 고려하겠다는 열린 태도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교육청 관계자는 “통폐합이라는 말은 학교를 폐교하고 다른 학교에 통합한다는 개념만 담고 있어 교육청은 통폐합을 통해 새로운 학교를 설립할 계획까지를 포함한 ‘재구조화’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용어만 바꿨을 뿐 통폐합 추진 의지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지역사회 반발 의식한 조치?”

 관계자는 또 “통폐합이 주는 어감이 세고 거부감을 들게 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궁극적으로는 교육청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표면상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용어를 바꿔치기 했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말로 총장 간선제 도입 등 학내 반발이 예상되는 사안을 포장해 온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교육청 행정예산과가 지난 3월 수립한 ‘초·중학교 학교 통폐합 계획’에 따르면 재구조화라는 용어는 통폐합 추진 배경 항목에서 ‘학교급별 재구조화 및 재배치’구절로 단 한번 언급된다.

 교육청이 통폐합 원점 재검토를 선언한 뒤 논란은 일순간 잠잠해진 듯하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로 생각해주기를, 학교 하나를 없애고 세우는 게 결코 배움의 가치보다 우선되지 않기를, 교육청의 태도에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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