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이득+처벌 부재로 거짓말 강화

 얼마 전 연평해전 참전 용사가 1800원짜리 콜라를 훔쳐서 절도범이 된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었다. 보훈의 달을 맞이해서 그랬던지 이 보도는 국가 유공자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그들이 목숨 바쳐 일한 국가는 그들을 홀대(?)했다는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는 연평해전에 참전하지 않았고, 그가 국가 유공자가 된 것은 지병이 악화되어서 공상으로 처리된 것이라는 정정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후자의 정정 보도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요즘 뉴스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뉴스가 사실인가’하는 생각 말이다. 어찌나 많은 정보들이 한때는 ‘사실’이었다가 알고 보니 ‘거짓’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대통령 아들의 채용 의혹을 선거 며칠 전에 대대적으로 공개했던 정당, 진짜 채용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했던 것. 그러나 ‘알고 보니’ 조작이었단다. ‘커더라’통신도 아니고 우리나라 제 2 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를 거짓으로 만들어 냈다. 만약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으로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하는 아찔함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제 무엇을 믿어야 할지, 어떻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지, 뉴스를 믿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치인들의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일단 ‘뱉고’ 보는 이런 심리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들은 원래 거짓말쟁이여서? 아니면 양심이 없어서“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쩔어서“ 아니면 그들은 어떤 말이든 ‘배설’하고나서 얻는 단기적인 ‘이익’이 있어서, 게다가 사실이 아닐 경우 ‘처벌이 늦고’ 그나마 그 처벌마저도 ‘없을 수 있다’는 심리가 기저에 있어서 그럴까.

 스키너라는 심리학자는 ‘행동은 그것의 결과에 의해 결정 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어떤 반응에 대해 선택적으로 보상함으로써 그 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상이란 강화와 벌을 의미한다. 만약 아동의 어떤 행동이 강화를 받게 되면 그 행동이 다시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어떤 행동이 처벌을 받게 되면 그 행동이 다시 발생할 확률이 낮아진다. 예를 들면 어떤 아동의 공격적인 행동은, 친구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했을 때 친구들이 그의 힘에 굴복하면서 강화되고, 그 보다 더 힘이 센 친구가 역공(벌)을 하게 되면 더 이상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인의 거짓말이 계속 되는 이유는 단기적 이득(강화), 처벌의 부재로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많은 것들은 그것의 진위여부가 주장과 동시에 드러나기 보다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검증해야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며,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니면 말고’식의 주장이나 막말은 단기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대단한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는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무언가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혹은 중요한 사람으로부터 인정이나 평판을 지키고 싶을 때,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방어적인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연평해전 참전 용사의 경우 그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사람들이 그를 돕기 위해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아니면 말고’식의 행동은 어떻게 해야 수정이 될까? 학교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라는 말을 잊어버린(?) 아들은 학원도 빼먹고 신나게 친구 집에서 놀다가 돌아와서는 오늘 학원 쉬는 날인 줄 알았단다. 이럴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짓말을 짚고 넘어가야 할까, 너그럽게 용서를 해 줘야 할까.

 그런데 짚어야 할 대목은 ‘어린 자녀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이다. 자신은 부모의 말을 어기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여길까. 아니면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스스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모가 어떠한 언급도 없다면,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고, 거짓말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행동을 점차 더 많이 할 것이다.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양떼를 습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거짓말을 계속 할 때 늑대는 가끔은 양떼를 습격해야줘야 동화 속 교훈처럼 그의 습관이 고쳐진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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