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 놓았던 지역의 어려운 의제 중의 하나가 ‘공원 일몰제’다.

 숲은 지키고 그 숲에서 더불어 미래세대들과 더불어 행복을 구가하려고 했던 뜻있는 사람들의 경고의 메시지를 간과했던 것이 발등을 찍은 도끼가 되어 답을 내놓으라 하고 있는 것이다.

 수수방관하고 회피했던 책임 있는 이들이, 목전에 당면해서야 바쁘다. 급하게 찾은 답이 온전한 답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하고 동의해줘야 될까.

 급한 대로 최우선을 찾았다며 내놓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맞을까.

 “어디만큼 갔니? 당당 멀었다”하고 생각 없이 따라갔던 시민들은, 도시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될 순간에도 주체적인 당사자의 권한이 없다. 결국은 방관자가 되거나 결정권한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폭탄돌리기 게임’ 같다”

 당면해서야 ‘공원 일몰제’에 대한 관심이 최대한 올라가고, 시민들과 행정과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주인으로서 시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함에도 제대로 정보를 공유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들러리로 살고 있는 것이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긴급토론회 자리에 참여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토로했던 쓴소리가 무겁다.

 “마치 ‘폭탄게임’ 같아요.”

 “맨 마지막에 결정해야 될 분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인 거죠.”

 도시의 미래를 결정의 시기에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이 어느 한사람도 책임을 벗어 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들었던 촌철살인의 한마디였다. 아,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회를 허송세월로 보냈던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논의의 자리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의미가 깊은 결정이었다. 행정에게만 밀어놓았던 이 도시의 운명을 다양한 논의를 통해서 스스로 모색하기로 한 것이다.

 국가가 담보해주지 못한다고 넋 놓고 있으면 안 된다. 늦었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의 공원이라 그렇다. 대다수 시민들이 누려야할 일정의 행복들에 대해 말하고 말하게 하여야 한다.

 늦었을까. 아니다. 늦었다고 했을 때 제대로 된 답을 찾아내고 모든 시민들이 그 답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실행해낼 수 만 있다면 올바른 것이다.

 최근 지역 현장에서 답을 찾는 부분도 좋은 활동이다. 앞산뒷산을 아울러 도시숲을 찾아가 얼마나 다양한 생명들이 깃들어 살고 있는지, 그 공간들이 삭막한 도시에 소중한 의미를 더해주고 있는지 온 몸으로 체감하는 것도 필요한 활동들이다. 그 활동 중에 나왔던 ‘무등산도 국립공원을 만들었던 저력이 있는데 일몰제 쯤이야…’하던 광주의 자긍심도 큰 힘이 되리라.

 회의 때문에 울산을 방문해서 울산대공원과 태화강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공업도시 울산이 따듯하고 품격 있는 생태도시로 면모를 일신 했던 것도 오염에 찌들어 있던 태화강을 살려내고, 대기업이 나서 울산대공원을 조성해서 기증하는 일련의 노력들이 있어서다.



울산대공원 사례 참조할 만

 그 중 울산대공원의 사례는 부럽기만 했다. 대공원은 SK가 1995년 울산시와 협약을 체결, 시가 부지를 매입해 제공하고 SK에너지가 울산대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일몰제에 대응으로 민간공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또 다른 차원의 협치 부분으로 참고해볼만한 사례다.

 애써 도끼에게 새 살로 자루를 내어준 나무의 운명이 되지는 말자. 공원 팔아 아파트를 짓는다는 논리를 반박해줄 슬기로운 답이 될 만한 여러 지역의 사례들도 찾아보고 고민해봐야 한다.

 도시계획에 정치가 힘을 실어주고 기업들이 함께해줄 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전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공유운동자금을 논의에 필요한 기금으로 내놓은 중앙공원지킴이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후대에 새로운 계기가 되었노라 자랑스러운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 폭탄이 폭죽이 되도록 애써서 하는 모든 노력들이 협치와 상생으로 꽃피기를 기도한다.

김경일<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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