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너무 멀리 있다는 것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오전 37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호송차를 타고 도착한 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의 정치상황을 감정(emotion)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특히 다양한 감정 중에서 수치심은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다.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회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장면을 보면서 잠깐이나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그들의 재판결과와 처벌수준을 떠나서 “저들은 수치심을 느낄까?” 혹은 “저들은 죄책감을 느낄까?” 하는 인간적 고민 말이다. 또는 국민들은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이유미 씨 증거 조작이 발각된 이후 문준용씨 특검을 주장할 때도 유사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저들은 정말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런 생각 말이다.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이 청와대의 개입문건이 추가 발견되자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보면서 앞에서 언급했던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박근혜 정권의 탈법적 행위들이 만천하에 드러난 이후 누군가는 “나쁜 짓은 그들이 했는데,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표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그리고 그들의 부역자들의 뻔뻔한 행동을 보았을 때, 매우 적절한 비판이자 조소였다. 촛불혁명에서 대선 그리고 새로운 정부의 정책실천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의 풀리지 않은 궁금증은 “왜 그들은 아직도 부끄러워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들은 언제쯤 부끄러워 할 것인가?”이다.

 

 ▲그들은 언제쯤 부끄러워 할까? 

 심리학자들은 수치심은 자신의 잘못이 공공에게 노출될 경우에 느끼는 감정으로 동양처럼 집단주의 문화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감정이라고 한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가와 칼’ 이후 연구자들은 일본을 비롯한 한국, 중국 등 동양을 동일한 수치심문화권으로 인정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수치심의 문화가 그토록 발달한 한국에서 왜 정치인은 수치심과 그를 통한 행동교정이 되지 않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먼저 규명해야 할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수치심을 못 느끼는지, 아니면 수치심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기에 잠시 미뤄놓은 것인지, 너무나 수치스러워 수치심을 못 느끼는 척 하는 것 인지이다. 앞은 사례에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씨, 안철수 대표 등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조금 더 살펴봐야 명확해질 것 같다. 그들은 당장 잃을 것이 많기에 수치심은 사치스러운 감정일 수 있다. 반면에 다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탄핵의 부당성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수치심을 못 느끼는 쪽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수치심을 못 느낄까? 아마 그 답은 수치심에 대한 정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니퍼 자케의 ‘수치심의 힘’에서 저자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 수치를 당해도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언급한다. 그러한 주장을 한국 정치에 적용하자면 국민들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충분히 수치심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중은 개, 돼지’ 발언으로 유명한 나향욱 교과부 정책기획관, ‘고작 밥하는 아줌마’발언어로 유명한 이언주 국민의 당 국회의원, ‘(국민은) 집단행동하는 설치류’ 발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김학철 자유한국당 충청북도 도의원 등의 인식은 그들이 심리적으로 국민과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들이 발언 이후에 했던 사과가 진정성이 없는 형식적 사과로 느껴지는 것은 국민들이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파악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에게 국민은 저 아래, 너무 멀리 있는 것이다.

 

 ▲수치심 아는 정치인을 뽑아야 할 이유 

 그들이 수치심을 못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속한 집단에 대한 신념이다. 자유한국당(107석)과 국민의 당(40석)은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가 여전히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 속에 있으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일진이 같은 집단 내에서 강화 받는 것과 같다. 어쩌면 그들은 부끄러운 행동을 더 하면할수록 내부에서 칭찬해주는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보수층이 상당하다고 믿는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수치심을 못 느끼는 사람이나 집단의 특성이 그들이 속한 집단, 사회, 국가와의 심리적 거리감, 분리 때문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그들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첫째, 그들은 앞으로도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이다. 둘째, 그들은 정권을 잡는다면 독재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수치심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여전히 수치심을 자신의 몫으로 여기며 사는 국민들이 최후까지 고심하며 선택해야 할 것은 수치심을 아는 정치인을 잘 선별하는 일일 것이다.

정의석 <인문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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