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 나서는 게 두려운 젊은이들
혼자만의 삶 즐기는 방식 채택

 얼마 전에 신문에 난 기사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흔히 이들을 가리켜 ‘3포 세대’라 일컫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고 하여 ‘5포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청년세대의 36%가 자신 스스로를 5포세대에 속한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엄마가 30대 초반의 아들을 데리고 상담하러 왔다. 거의 일 년째 아무 것도 안하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만 한다고 한다. 마트 갈 때 외에는 나가지 않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는다. 취직할 생각은 아예 안한다. 부모가 뭐라고 하면 “그냥 냅둬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하면서 짜증을 낸다. 야단 치고 설득 해봐도 소용이 없어 결국 정신과에 데리고 온 것이다. 이 친구가 소위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다.

 이런 친구들이 오면 우선 심리적으로 우울증이 있는지 검사해 본다. 우울증 때문에 무기력 상태에 빠져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없는 경우는 대개 성격적인 면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사람들 만나는 걸 힘들어하는 회피성 인격인 사람이 많다. 성격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약간 내성적인 사람들도 쉽게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10년 전만 해도 은둔형 외톨이는 정신적인 문제로 보았다. 하지만 요새는 은둔형 외톨이를 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보는 경향도 있다. 졸업하고 2~3년 취직 준비하다 실패하고 몇 년 빈둥거리다보면 자연스럽게 취직 시장에서 도태된다. 친구들과 연락도 뜸해지고 딱히 할 것도 없으니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이나 게임에 빠진다. 그러고 시간을 보내니 사회생활이 더 힘들어진다. 뾰족한 수가 없으니 본의 아니게 은둔형 생활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온 그 젊은 친구와 상담을 했다. 이런 말을 한다.

 “취직해봤자 쥐꼬리 월급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 연봉으로 결혼하기도 어렵잖아요. 부모 도움 없이는 집도 살 수 없고요. 그러니 굳이 취직하려고 애쓰고 결혼하려고 눈치 보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내 한 몸 편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뭐 이 생활도 괜찮아요. 컴퓨터로 영화도 공짜로 보고 게임도 하고…욕심 안 부리면 뭐 부족한 것이 없어요. 한 달에 50만 원이면 나 혼자 충분히 잘 살 수 있어요. 그러니 뭐 하러 아등바등 살아요? 결혼 포기하고 집포기 하면 오히려 이 걱정 저 걱정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잖아요. 단지 부모님이 걱정하는 게 좀 마음에 걸려요. 그래도 나는 괜찮아요. 이런 삶이.”

 이 친구도 5포 세대다. 이런 청년들이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최소화하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 어쩌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새롭게 선택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사회적 욕심을 버리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 사이버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성공을 위한 경쟁 속에서 살던 사람들이 한 순간 그 대열에서 밀려나면서 직장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낳는 통념적인 사회적 삶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은둔형 외톨이가 아니라 적극적인 백수 청년도 많다. 직업과 결혼을 포기하고 적은 돈으로 여가활동을 즐기는 당당한 백수 청년들이 나타나고 있다. 어쩌면 이 친구도 그런 백수 청년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비빌 언덕이 없다. 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역할을 하고 살 방법이 없다. 88만 원 세대로 직장에서 찌그러지고 결혼해서 헉헉댈 걸 생각하니 답이 없다. 그러니 대안 아닌 대안으로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친구를 밖으로 데리고 나올 방법이 없다. 차라리 우울증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다. 치료라도 할 수 있을테니…엄마에게 끌려온 아들에게 고작 해준 말이 이것이다. “너무 집안에 있지 말고 외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해라. 그래야 엄마가 조금 덜 걱정하지.”

 엄마에게는…해줄 말이 없었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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