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3개월째인 박 군은 점심메뉴를 고르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자니 왠지 다른 동료나 상사가 자신을 `버릇없다’고 여길 것 같아서다. 이런 고민을 동기에게 털어놓았더니 동료는 `자기 주장’도 못한다며 자신의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라고 조언했단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은 버릇없는 행동일까 자신의 취향을 확실하게 하는 것일까.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인 요즘,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어떤 이는 `소신’, 어떤 이는 `좌 편향된 코드인사’라 한다. 그의 과거 행보와 그가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를 두고 그에 대한 질문의 내용과 평가가 판이하게 다르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까. 외압에 굴하지 않는 사람일까 아니면 권력의 입맛에 맞출 사람일까.
 
▶내집단과 외집단, 나는 어디에 있는가?
 
 같은 사람(혹은 상황)이지만 판이하게 다른 해석을, 평가하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천천히 가는 앞차를 보며 `조심’운전이라 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소심’운전이라 할 수도 있다. 내성적이고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두고 `신중하고 속이 깊은 사람’이라고도 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사람’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같이 행위의 주체가 자신인가 다른 사람인가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잘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는 `잔소리’처럼 들리고 `간섭’처럼 여겨지는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 같지도 않다. 어쩌면 며느리는 남편에게 쥐어 살아야 하지만, 딸은 남편을 휘어잡고 살라는 자기 자식에게만 너그러운 이기적인 엄마의 심정은 아닐까. 같은 상황일지라도 상대방이 `내 자식’일 때와 `남의 자식’일 때 다르게 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다만 평가자와 상대방이 어떤 `관계’인지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 한마디에 끈끈한 인간적 유대가 생기고 `우리’라는 동질감을 느끼며 동조하려는 반면 `남’인 그들에게는 배타적인 감정이 쉽게 형성되고,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며 차별과 편견을 갖게 되기 십상이다. 이처럼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관계’를 적용하고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기준이 설정되고 판단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가 집단주의 문화에 속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내가 소속한 `내집단’의 구성원들이고 내집단 구성원끼리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소속감이 있다. 반면 내집단에 속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외집단’이 되며, 그들에게는 매우 냉정하고 비판적이며 친밀한 관계를 만들려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나와 관계’가 판단 기준되면 안돼
 
 그러니 자기주장이 있고, 소신 있는 사람이 되려면 상대방은 `우리집단’의 일원이어야 한다. 상대가 `그들 집단원’이라면 버릇없는 사람이 되기 쉽고, 권력의 입맛을 맞추는 코드 인사가 된다. 또한 자신의 성격이 외향적이라면 자신과 다른 내향적인 성격은 이해할 수 없는 의뭉스러운 성격이 될 수도 있다. 내 자식일 때는, 나와 비슷한 취향일 때, 나와 같은 학교를, 고향을… 팔이 안으로 굽듯이 나와 어떤 관계가 있고 없음이 다른 사람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누군가에게 적대적이고 가혹한 평가를 하고 있다면 되돌아서 서서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있는지, 내집단 편향으로 인해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게다가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보다 더 지적이고 유능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끔 나의 글쓰기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릴 때가 있다. 나름 글쓰기가 잘 된다(?)고 느껴지면 `재능’기부라고 여겨지지만, 잘 써지지 않은 때는 능력도 없는데 `오지랖’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뭘까? 내 안에 외집단이 있는 걸까….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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