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에서 중국동포들을 범죄자로 대상화하고, 일부 극우 기독교계와 그에 부역하는 수구 정당들이 성소수자를 비정상적 인간으로 대상화하는 등 타자를 혐오적 존재로 대상화하고 배제하는 일들이 심심찮다. 이를 통해 자기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정상이야’하는 형태로 경계선을 그으며 ‘우리’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결속력을 다진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양극화와 범죄의 책임을 사회적 약자인 이주민 노동자, 여성들에게 전가하며, 자기 삶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소진시키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 밖으로는 트럼프와 르펜이 그런 분노를 활용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안으로는 성 소수자 논쟁, 이주민 논쟁, 여혐논쟁, 특수학교 논쟁 등을 통해 구조적 모순 하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들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학교 폭력, 우리 책임”에 왜 악플이

 이처럼 ‘우리’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는 일종의 폭력이 발생하기 쉽다. ‘우리’ 밖으로 쫓겨난 존재들, ‘우리’ 안에서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존재들이 그 폭력에 대상이 된다. 한국 사회에서 전자의 예는 외국인 혐오 등이 있고, 후자의 예는 여성, 이주민 노동자, 범죄자로 낙인찍힌 청소년들이 있다. 이들이 일으킨 범죄의 근본적 책임을 ‘우리’라는 공동체의 정체성 문제로 연결 짓고자 하는 노력들은 집단을 훼손하고 범죄자를 옹호하는 사람으로 공격받기 쉽다. 중학생들의 학교폭력 문제에 근본적 책임이 우리 사회 전체에 있다고 언급하였다가 악플 세례를 받은 연예인 솔비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있다고 ‘우리’라는 공동체를 떠날 수 없고 또 만들지 않을 수 없다. ‘人間’ 즉 ‘사람 사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관계를 떠나서 사람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되지 않은 개인들이 얼마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화장실이 쉽게 더러워지는 상황, 단순 다수결이 폭력적인 결과를 낳는 사례들을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우리’ 구성하기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나.들’은 특정 장소에서 특정인들과 상호관계하며 특정 과거의 기억을 품는다. 그렇게 형성된 기억 속에서 공통된 가치지향이 결정되고 도덕원칙, 도덕규범 등이 구성되며 ‘우리’라는 집단이 구성된다. 그 가치지향과 도덕원칙 및 규범들은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실천동기를 부여한다. 다만 문화·인종·종교 등 다원화되어가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그렇게 형성된 가치지향과 도덕원칙들은 보편적 타당성을 획득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살구 색을 살색으로 지칭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바람과 함께…’ 흑인 감수의 의미

 그렇다면 도덕교육 또는 시민교육이 그 대상이 되는 ‘나.들’을 역사적 경험과 기억들로부터 분리된, 고립되고 원자화된 개인으로 전제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백지상태의 개인들에게 정의로운 도덕 판단 형식과 그 판단을 실천하는 훈련을 시킨다고 해보자. 롤즈가 말했던 무지의 베일에 싸인 원초적 입장처럼 자신에 대한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덕적 판단의 기준을 구성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기준에 따라 도덕적 판단을 실천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정당화 담론에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으나 적용담론에서는 실패하기 쉽다. 쉽게 말해 수용자들에게 도덕교육과 시민교육을 통해 학습한 내용들은 그저 옳은 이야기일 뿐 자신이 실천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게 된다.

 ‘우리’만들기를 고민해야하는 도덕교육 및 시민교육에 있어서 양자의 장점을 취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우선 각 개인들이 공동체 속에서 상호주관적 의사소통을 통해 형성해온 ‘우리’(가치지향, 도덕규칙 등)를 존중하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우리’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문제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호주관적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실천해야할 것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미국 남부 흑인 노예 농장가족의 사연을 소재로 하면서 그에 대한 흑인단체의 문제제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영화 전체에 대한 감수를 문제제기를 한 흑인단체 대표자에게 맡김으로써 많은 흑인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우리’만들기를 고민해야하는 도덕교육과 시민교육은 바로 그래야할 것이다.
김동혁<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