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들이 다음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후보자들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치적을 포장하고, 조직을 구성하며, 암암리에 여러 인맥들을 통해 선거에서 확고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선거가 후보자뿐만 아니라 지역민에게도 새로운 기회, 꿈이 될 수 있을까?

 지방선거 광풍에 휩쓸리기 전에 우리가 잠시 지방선거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소 파격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지방선거가 유용한 것인가?”이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3가지 중에서 지역민이 자신의 투표로 인해 사회적 변화의 체감 가능성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지방선거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서 느끼는 지역사회의 변화는 전무하다. 수십여 년 간 시장과 구청장이 바뀌었지만 그들이 남기고간 법적 처벌과정과 지자체 채무를 제외하고 그들의 흔적을 기억하기 어렵다.
 
▲ 선거로 좋은 정치인을 뽑을 수 있나?

 이러한 문제제기는 지방자치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며, 지방자치의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지 않은 채 후보자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백일몽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는 “좋은 정치인이 뽑힐 가능성은 적다”이다. 좋은 리더로서 정치인이 선거를 통해 뽑힐 수 있는지는 지난 대선들을 되돌아보면 금방 자각할 수 있다. 국민은 좋은 정치인을 뽑을 수 있는 혜안이 부족하다. 국민이 가끔은 좋은 정치인을 뽑지 않느냐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런 경우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우연이 아닐까? 역사적으로 좋은 정치인이 50%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확률적으로도 단지 우연일 뿐이니까!

 왜 우리는 좋은 정치인을 뽑지 못하는가? 그건 대체로 우리의 투표행위가 충분한 고려를 통해 이루어지는 합리적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후보자에 대한 매우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특정한 이슈들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학습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도시철도 2호선이 필요한 것인지? 4년 동안 외치던 광주형 일자리는 도대체 언제쯤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는지? 왜 시민단체 ‘대부’로 회자되는 시장이 환경단체들이 반대하는 도시철도 2호선 착공방식을 변경시키지 않는지 등에 대해 우리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우리가 지난 선거에서 윤장현 시장을 뽑았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당이, 특히 당시까지 시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안철수 공동대표의 공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는 과거 지방선거와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그래도 과거 지방선거결과 중 하나와 근접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전체 226명 중 117명을, 새정치민주연합은 80명을, 무소속은 29명을 당선시켰다. 당시 서울과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역색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부산·대구·울산·경북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단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광주·전북·전남에서 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인천·강원·충남·충북은 상대적으로 보수적 정치성향을 보여주어,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을 더 많이 당선시켰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도 정당중심의 투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지 여기에 영향을 줄 정치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진보적 정치인, 학자가 많다. 하지만 정치인의 인기가 무엇이 문제일까? 베버의 언급처럼 정치란 결국 일종의 권력이고, 그것이 국가체계 안에서 형성된 형식적 카리스마 이외에 개인적 카리스마가 결부되어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정치철학을 일관되게 실현시키기 위해서 한 정치인의 인기는 필수적인 요소 아닐까? 하물며 그러한 인기가 시민들의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그 시민을 비난할 권리가 누구에게 주어질 수 있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지만, 만일 그러한 인기가 지속된다면 지방색에 의한, 정당에 의한 투표경향을 완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와 보수의 경쟁이 박빙인 지역에서 민주당 쪽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문재인의 인기, 야당의 경쟁력 변수

 반면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야당의 모습은 초라하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색깔론을 이용하거나,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권들의 부패와 유사성을 지녔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함(예를 들어 임종석 UAE방문)으로써 흠집 내기 등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제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거짓 늑대를 말한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그 내용 자체보다 누가 이야기했는가가 신뢰에 영향을 준다고 했을 때, 그들의 말은 이미 신뢰회복이 불가능한 정도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가 완전무결한 정부는 아니겠으나, 그 문제가 있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즉시적이기에, 문제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마지막으로 정의당·녹색당 당의 진보정당이 2010년처럼 재등장할 수 있는가이다. 이는 매우 회의적이다. 그들의 비전과 이슈는 매우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여전히 계몽주의적이고, 이념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시민들은 이미 과거 기대가 과도했다고 평가를 내렸으며, 그 평가를 고민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또한 시민들이 관심 있고 동의할 이슈보다는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방식이라면 그들이 정치무대에 등장할 시간은 여전히 아직 멀었다고 보인다.

 지방선거는 다른 어떤 선거보다 지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꾸준한 정치적 관심을 공유하고 학습한 시민들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올바른 정치철학과 자세를 배운 신인 정치인의 등장이 요구된다. 다음 지방선거가 지역민에게 큰 변화를 선사하지는 못할 것이지만,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켜야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 정도는 되었으면 한다.
정의석 <인문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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