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은 넘치나 권한도, 재원도 ‘능력밖’이니 불보듯 뻔한 뜬구름 잡기다. “대통령 선거인줄.” 감당못할 거창함이 조롱을 부른다.

 검증의 칼 날카로우나 남의 허물 들추는 데만 열중이다. ‘내로남불’ 억지에 스스로 신뢰감 상실이니, ‘불의한 재판관’ 논리가 궁색하다.

 캠프마다 바글바글 운동원들은 ‘그때 그 사람들’아닌 이 별로 없다. ‘이번엔 누구에게 줄섰나?’ ‘동앗줄 콘테스트’로 흥미진진이니 되레 후보가 ‘병풍’ 선 꼴. 주연·조연 분간 어려운 코미디같은 정치판이다.

 6·13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전에 대한 현 시점의 관전평이다. 이렇듯 후보 각각의 변별력을 찾기 어려우면 “누가 된들”이란 체념이 자연스럽다. 후보들만 과열되고, 유권자들은 냉랭한 선거전이 이같은 분위기의 소산이다.

 지금껏 치러진 몇차례 지방선거가 이번과 다르지 않았다. 해서 ‘시장 명패는 바뀌었지만, 광주는 달라진 게 없다’는 자괴감을 떨치기 어렵다.

▲묻지 말고, 정체성을 제시하라

 대통령 한 사람 바꾸니,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걸 체감한 국민들이다. 6월 지방선거에 거는 기대감이 예전같지 않는 분위기다. 광주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적임자를 찾고 있음이다. 적임의 기준은 실력이다. 후보들에게 실력이란, 정책과 공약으로 구체화된 정체성일 게다.

 이 시기, 후보들이 할 일은 ‘실력 어필’이다.

 먼저 제시해야 한다.

 시장으로서 추진할 정책을 분명하게 밝히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임기 내 가능”과 “권한 내 사업”이라는 틀이다. 기아차 광주공장을 이전하고 그 부지에 뭘 하겠다는 정책, 광주공항 이전 부지 개발 청사진 같은 게 뜬구름 잡기로 비치는 건 이같은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차기 시장 임기내 성사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민자 유치나 제3섹터 방식에서 재정이 열악한 광주시가 주도권을 상실한 채 끌려다닌 건 수차례 검증된 바 있다. 민자 유치 건설 순환도로가 혈세를 먹는 하마가 되고, 야구장 건설비 1/3을 투자한 기업에게 25년간 독점 운영권을 제공해 빚어진 특혜 논란이 대표적이다. 행정은 이미 만만한 먹잇감이니, 민자에 목맨 정책은 자체로 우려스럽다.

 군공항 이전 역시 국방부와 합의한 게 ‘기부대 양여’ 방식이니, 이전부지 개발권을 광주시가 오롯이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시대적 과제에 충실해야 한다. 차기 시장에겐 공항 이전부지 개발 구상 이전에, 군공항 이전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이 우선이지 않을까.

 선거제도의 정치적 의미는 유권자를 대신해 소신껏 정책을 펼치라는 위임이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이를 평가받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이같은 선거를 빌미로, 광주에선 다시 도시철도 2호선 재검토론이 부상했다. 차기 시장 후보들이라면 입장 표명을 피해갈 수 없는 현안이다. “취임 후 시민 뜻을 물어 결정하겠다”는 건 책임 회피, 시정 철학 빈곤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책임있게 주장하고, 그것으로 선택받겠다는 게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다.

▲뒷감당에 당할라, 신세지지 말것

 “신세지지 않는” 자기 관리도 실력의 한 분야다.

 각 후보 캠프마다 돕는 이들이 넘친다. 능력 있는 참모들이 미래 광주의 청사진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솔직히 미덥지 않다. 인사들 상당수는 4년 전 다른 후보들 선거를 도왔던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일부선 “이들이 (후보가 아닌)자신의 선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당선 후 논공행상을 노린다는 게다.

 그렇다면 전리품은 충분한가? 선거판에선 전화 한 통 받아준 것까지 ‘공덕’이어서 보답을 기대하는 게 일반적인 심리다. 미치지 못하면 원망이요, 후일 다른 후보에 줄서는 행태가 반복돼 왔다.

 챙겨준다고 해도 문제다. 취임 초기 예외없이 터져나온 인사 잡음의 근원이 이와 무관치 않다. 측근 중용·논공행상 등 인사 스캔들에 휘청이다 일할 타이밍과 동력을 상실하니, 지역 공동체의 손실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뒷감당’에 발목잡히지 않도록, 측근들에게 ‘헌신’을 명확히 주문할 일이다.

 ‘나에게 친구가 있어 정이 형제보다 나았는데, 내가 패한 것을 보더니 뜬구름같이 흩어지니 그들이 나를 근심하지 않는 것은 본래 세력으로 맺어지고 은혜로써 맺어지지 않은 까닭이오.’ <‘정도전을 위한 변명’ 중>

 “대의없이 이권으로만 결합한 이들의 유대가 허망하다”는 건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오래된 교훈이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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