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 다녀서 좋을 줄만 알았는데 직장동료들과 매일 하는 이야기는 언젠가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기 위해 참고 견딘다며 이게 직장생활이냐며 되묻는 후배가 있었다. 계약직인 그녀는 왜 정규직보다 자신과 같은 계약직이 일을 더 많이 하고, 어려운 것만 해야 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고, 그렇다 보니 직장생활의 재미보다는 자꾸 불평과 불만만 늘어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더니 대뜸 ‘여행’을 떠나서 좀 쉬고 나면 괜찮을 거라는 선배가 있었다. 그러나 후배는 이제 막 입사했는데 어떻게 회사를 쉬고 여행을 떠나겠냐며 난감해 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사는 것이 힘들다고,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자식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애먹고 있다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승진에서 탈락되어 허망하다고, 마음이 변한 애인과 이별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 죽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는 건 원래 힘들고, 사람들은 제멋대로라 누구나 어렵고, 자식은 남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 힘든 일이 있으니 지금 힘든 이 순간만 지나면 괜찮아 질것이라고 위로할 것인가. 아니면 그만한 일로 징징대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라고 충고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잠시 휴식시간을 갖고 여행을 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조언해 줄 것인가.

 만일 당신이 힘들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라면? 위로나 충고, 조언의 말을 듣고 싶은가 아니면? 어떤 심리학자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때는 듣는 사람이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조언을 받을 때는 사람이 도무지 알아 들을 수 없게 말 한다’고. 즉, 아무도 조언이나 충고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도움이 되라는 마음으로 하는 조언도 듣기 싫은 잔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한 말들은 어쩌면 ‘잘못했다’라는 지적이나 질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누구나 하는 것을 ‘너만’ 못하고 있고, 또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자존감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닐지. 예를 들면 해외 배낭여행은 세상 구경도 하고 외국인도 만나면서 견문도 넓히고 뭔가를 찾아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고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조언은 기회가 아니라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용기나 힘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잘 들어 주는 것’이다. 일단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가 경험하고 있는 감정에 공감하면 된다. 공감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헤아리는 것이다. 이것은 듣는 사람의 감정에 해당하는 연민과는 다르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려면 잘 들어야 한다.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이들의 공통점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부분 듣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이타적인 마음으로 그에게 뭔가 ‘(답을)해줘야 될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쉽게 남의 잘못이나 허물을 중심으로 타이르거나, 무언가를 깨우쳐 주려 한다.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것들을 말하는 동안 감정적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대부분 ‘스스로 답’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니 섣부른 조언이나 충고, 위로는 삼가야 한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수많은 말들이 떠오른다. 이것을 해보라, 저것이 좋다, 그것은 아닌 것 같다며 말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며 내뱉었던 말들.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귀는 활짝 열고, 말의 온도에 신경을 써서 너무 뜨거워 상대가 화상을 입지 않게 또 너무 차가워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겠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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