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1월 금남로를 가득 메웠던 촛불.<광주드림 자료사진>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2017년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되었다. 탄핵은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던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여겨졌으며,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촛불혁명이 품고 있던 국가의 변혁, 민주주의의 성장에 대한 출발점으로 환영받았다. 이후 문재인 정권이 보이는 정치행위는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4월 둘째주 지지율 72%, 한국갤럽조사). 다수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보여 온 촛불혁명의 정신이 올해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확산되어, 보다 튼튼한 뿌리를 내릴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이는 모습은 촛불혁명 이전의 선거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선거행태는 달라지지 않아 

 광주만 보더라도 시장, 구청장 후보자로 나온 인물들이 전혀 새롭지 않다. 그들이 시민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얼마나 친밀한가이며, 공약 또한 시민정신을 담기보다 다중의 이익을 고려한 비일관적인 공약의 나열일 뿐이다. 정치적 이슈를 선점할만한 영향력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이전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이 지지했던 후보가 보여준 정치행태에 대해 일말의 자기반성도 없이, 또다시 자신들이 요구하는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후보에 대해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일반시민들의 정치적 조직과 활동이 미약한 상태에서 언론에 노출이 유리한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입김이 선거당략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일부 후보들은 인품이나 경력 상에서 광주시민을 위해 봉사하기에 역량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독선적 경향성은 다수의 후보에게 비춰진다. 시민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신념을 일방적으로 실현하려는 맹목적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마치 고등학생이 수시를 준비하듯 급조한 스펙으로 무장한 정치인들이 과연 현실 정치에서 제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을 선택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도자가 될만한 인격을 갖추었는지 검증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모든 행위가 그러하지만 특히 정치는 인격의 한계에서 이루어진다. 그것은 여야를 아울러 모든 정치인에게 해당한다. 재판을 받고 있는 두 정치인이 대선에 나섰을 때, 우리는 그들의 인격적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이 내건 화려한 공약, 그들이 물려받은 선대의 정치적 후광과 이미지, 경제를 발전시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막연한 환상이 한몫했다. 한 인간의 본질은 공적 영역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찌보면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행위와 실수가 한 인간의 본성이나 본질을 더 잘 드러낼지도 모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우리는 과거 대선후보이 인격 검증에 실패했던 것처럼 지도자에 대한 인격검증에 너무나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정당 독점’이 가져올 우려들

 아마 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의 승리가 되겠지만, 그 승리는 역으로 촛불혁명의 실패이며, 민주주의 발전의 후퇴가 될 위험성이 높다. 특히, 민주당이 당선비율이 절대적이 될 호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후퇴의 선봉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렵고, 참담하다. 이 허물은 결국 먼 훗날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며, 과거 이명박, 박근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감쌌던 민주주의 어둠이 다시 반복되는 씨앗이 될 것이다. 역사는 언제든 후퇴가 가능하며, 실수를 통해 배우지 않으면 반드시 반복되었다.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인사들이 역사적 퇴행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이러한 맥락때문일 것이다.

 98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주제 사라마구’는 ‘눈뜬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에서 가상의 정치상황을 그려낸다. 시민들은 백지투표로 자신들의 정치에 대한 의사를 표명한다. 백지투표를 통한 의사표명은 어떠한 조직이나 운동도 아닌 모든 시민들의 암묵적 동의에 의해서 발생한다. 그리고 백지투표는 정치인에게 시위나 그 어떤 정치행위보다 큰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수준이 이전과 질적으로 달라졌으며, 지금의 한국 정치인의 수준으로는 국민들의 요구를 전혀 맞춰줄 수 없다면,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과 같은 정도의 방식으로 정치인의 무지몽매함 깨우쳐야 하지 않을까?
정의석<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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