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3지방선거에서의 유권자들 투표 행렬. <광주드림 자료사진>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한다. 망각은 과도한 정보에서 벗어나는 적응기제이기는 하나, 사회적 상황에서 보면 그다지 바람직한 적응기제가 되지 못할 때가 많다. 사람들은 2016년 촛불혁명이후 대선을 맞이하면서 훌륭한 정치지도자를 뽑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했었고, 그 기준을 잊지 않고 선거에 반영시키고자 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로 그 결과를 기뻐했었다. 시민들이 그때처럼 자신의 정치적 행동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명심했었다면,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17석의 광역단체장 중 14석을 차지하였고(82%), 기초단체장 226석 중 151석을 차지하였다(66%).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이처럼 성공적인 선거는 처음일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정치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적인 결과라기보다 오히려 우려해야할 상황일 수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럴까?
 
▲ ‘공천=당선’인데 경선 후보 검증 부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발생했던 이슈는 경선과정에서 다수 발생하였다. 일부 후보들이 경선시기와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고, 일부 후보는 경선신청에서 탈락될 것에 대해 재심신청 등이 있었다. 여기서 본질적인 문제는 경선이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만일 민주당이 선거결과를 두렵게 받아들인다는 표현이 진심이었다면, 선거 전에 더욱 조심스러운 준비과정을 거쳤어야만 했을 것이다. 민주당의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경선에서 승리는 곧 당선이 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좋은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가지는 사회적 책임을 고민했더라면, 경선을 통한 후보자 선출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4월에 선거후보자 등록을 받아서 6월 중순에 투표를 하는 단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만으로 시민들은 후보자의 적격성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후보를 충분히 변별할만한 시간도 주어졌어야 했으며, 후보들을 검증할 다양한 방식들이 채택되었어야 했다.

 광주지역만 보더라도 선거결과나 나오고 나서 실망이다, 앞으로 4년간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 등의 반응들이 많았다. 시민들의 실망이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반성한다면 좋겠지만, 역시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또 다시 과거 잘못된 정치인의 정치적 무능력을 시민들이 책임지는 결과를 봐야하는 것은 끔찍하고 불행한 일이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걱정을 알았는지 지방정부와 의회에 대한 감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러한 시도가 전반적인 지방자치의 질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6·13지방선거의 문제는 민주당내에서 좋은 후보를 선별하지 못했다는 점 이외에 다른 정당의 좋은 후보를 발견하거나, 선출하는데도 실패했다는 점이다.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다수의 국민이 진보정당의 정책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이라는 인물로 표현되는 정치적 이미지가 그 어떤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주는 추상적 이미지를 눌러버렸다. 사전투표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누구를 찍었는지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의 답이 “그냥 1, 1, 1 찍었어요.”였다. 이러한 답은 광주전남에 한정되지는 않았고, 서울경기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확장과 진보정당의 정체

 민주당의 정책적 외연이 확장되어가는 과정에서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책의 독특한 색채가 드러나지 못한 점, 시민들과 교감하고 호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준비시키지 못한 점,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에 국민들이 가졌던 진보에 대한 이상적 기대가 퇴색해버린 점,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국민들이 가지는 이념적 오해 등의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했다. 민중당의 경우 촛불혁명에서부터 지방선거까지 상당히 조직화된 정치활동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결과가 민중당의 입장에서는 시민들이 가지는 이념적 고정관념의 한계를 깊이 체감했을 것이다. 녹색당은 선거결과를 떠나서 정의당, 민중당과 동등한 수준의 지명도를 지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 볼 수 있다. SNS를 비롯한 미디어에서는 정의당보다 녹색당에 대한 노출이 더 많기도 하였다. 정의당은 나름 선거결과를 아쉬움과 함께 만족하는 듯 비춰지지만 선거운동과정에서 보여준 빈약한 활동은 너무나 아쉽다.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진보적이고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야하고, 그것을 이끌 훌륭한 정치인이 등장해야한다. 하지만 2002년 지방선거와 2004년 총선의 결과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이미 진보정당의 침체와 위기가 십여 년 이상 지속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만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고 답답한 일이다.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진보정당의 새로운 모습과 전략을 기대해본다.
정의석<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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