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에 5명은 공무원 준비에 목매는 사회, 시험을 준비하던 사람이 끝내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생각해보면 참혹하기 그지없는 일들인데, ‘안타깝다’ 감정 그 이상은 없다. 안정적인 고용, 여가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평범하게 잘 살아보려고 청년들이 내몰린다. 우리는 불안감으로 더듬더듬 위기를 알고 있다.

 반도체의 반짝 호황으로만 굴러가는 이상한 나라, 지탱하는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망해간다. 조금씩 침몰하는 배에는 구명정이 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위기를 심화시킨 주범들이 올라탄다. 그곳에 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업위기라는 이유로 일상적인 구조조정을 당하는 늙은 노동자와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정부만 믿고 산입범위 확대로 임금이 깎여나가는 공단의 노동자들,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청년들은 자리를 헤맨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위기라고 하는 시대다. 기업들이 혁신하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정부는 조금만 더 믿고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어느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한다. 1988년 온도계 생산 공장에서 일하던 문송면 군은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대학병원에 가서야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수은 중독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늘 날, 청년노동자 7명을 실명 위기로 몰고 간 메탄올 중독사고도 마찬가지다. 보호구도, 안전교육도 없이 메탄올에 중독된 노동자들은 30년 전 노동자처럼 몇 개 병원을 전전하고 나서야 메탄올 중독임을 알게 됐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위기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주범들도 여전히 그대로다. 위기를 무기로, 무한정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이윤을 만들어가는 누군가들은 존재한다. 정부가 꺼내는 구명정에 가장 먼저 타는 사람이 누굴까. 우리가 믿고 기다리는 말은 그대로 믿지 않아야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알아가고 싶다. 우리를 둘러싼 위기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만들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를. 그런 이유로 나는 7월16일부터 진행되는 반신자유주의 선봉대라는 활동에 참여한다.

 그 과정이 그냥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투표를 하면서 시민행세를 하는 것만으로, 뉴스를 보면 사회문제를 알아가는 것만으로, 가만히 앉아 세미나 텍스트에 밀 줄을 긋는 것만으로는 우리가 하는 고민은 딱 거기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뜨거운 여름, 위기가 번지는 현장 한가운데로 달려간다. 산업의 위기라는 거대한 폭풍이 처음 닿는 곳, 그곳의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앉아서 그 폭풍을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그리고 목석처럼 그 자리를 버티고 있지만도 않는다. 살아서 고민하고 새로운 바람과 투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과 함께한다. 일주일 이라는 짧은 시간, 그들의 위기와 나의 위기가 어떻게 맞닿는지를 고민하자.
https://www.socialfunch.org/20180716-20180721(반신자유주의 선봉대 소셜펀치)
소영<2018 반신자유주의 선봉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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