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 세력에 휩쓸리면 잿더미 될 것

▲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난민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2일 오후 청와대앞 분수대광장에서 ‘제주 예멘 난민에게 혐오가 아니라,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이주인권노동단체 기자회견’이 이주노동자공대위, 난민네트워크, 제주난민인권을위한범도민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사람은 자신이 생각의 주체라는 착각을 한다. 쉽게 풀자면 자신의 견해, 관점 등이 스스로의 사고에 의해 정립한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생각들, 특히 타인이나 타 집단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 태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외부에서 주입되거나, 만들어진 경우가 다수이다. 일종의 환경이나 맥락이 한 개인의 신념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난민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들은 예멘의 정치적 상황, 이슬람에 대한 종교적 이해 등에 대해 거의 가지고 있는 정보가 없음에도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진정한 난민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이 적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후 일정한 절차를 거친 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약속한 기한 내에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7월16일 사과하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논의되는 초기 과정에서는 사업주와 알바생의 갈등으로 초점을 맞추던 논의가 최근에는 사회구조적 문제, 특히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 집단의 높은 가맹수수료, 근접 출점 행위 등 점주들에 대한 착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론과 사업주 그리고 알바생, 노조 등이 을과 을의 대립을 자제하고, 갑의 횡포를 이해하고 직시하자고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다행히 미국의 대통령처럼 혐오를 이용한 정치를 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야당정치인과 보수언론 그리고 사회적 일부 집단은 혐오의 정치를 이용하거나 부추기고 있다. 과거 국민의 신망을 충분히 얻지 못한 집권자들은 공포와 혐오를 지나치리만큼 정치에 자주 활용하였다. 과거 군사정권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만 해도 4대악과의 전쟁을 자주 언급하였다. 4대악에 불량식품이 적힌 현수막을 보면서 실소를 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최근 7월7일 혜화역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자살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곰’‘재기해’(자살해)라는 피켓과 구호가 등장했다. 동일한 단체는 아니지만 최근 워마드와 같은 단체는 ‘성체 훼손’과 ‘성당 방화 계획’ 등 가톨릭에 대한 모욕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으로 강력한 단체는 아니지만 국민들이 받은 충격을 적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 무관한 듯한 일련의 사건이나 상황에서 그 밑에 깔린 ‘혐오’라는 감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쉽게 사라져버릴 불씨일수도 있지만, 산천을 모두 태울 큰 불이 될 수도 있다. 과거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히틀러는 초기에 정치적 도전에 실패하였지만, 이후 독일 국민들의 경제적 공황상태에서 경험하고 있는 불만과 고통을 누군가에게 책임전가시킴으로써 내적 결속력을 강화시킬 수 있음을 파악하고, 강력한 혐오의 정치를 시작했었다. 그는 반유대주의, 반공산주의 등을 앞세워 독일의 적을 섬멸해야 강한 독일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심리학자 Sherif는 1954년 아동22명을 임의로 모은 후 각 집단에 방울뱀과 독수리라는 서로 다른 명칭을 부여했고, 경기시합을 통해 승패가 나누어지기 시작하자 두 집단의 갈등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집단의 갈등은 자신을 특정한 특성을 지닌 집단의 구성원, 곧 내집단으로 구분하고, 다른 사람들을 외집단으로 지목하여, 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적대시를 정당화하게 한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속했다고 생각한 집단에 신뢰감과 친밀감 등 강한 정서적 유대와 안정감을 획득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땅 밑에 혐오라는 폭탄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을과 을의 전쟁에 휩싸이거나,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혐오의 정치를 이용하려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휩쓸리지 않고, 경계해야한다.
정의석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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