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모르면서 ‘내가 옳다’고만 하는 건 아닌지

 “대체 남자들은 왜 그래요?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면 그날은 남편에게 무슨 일이 있거나, 술에 취해 늦게 들어와요. 왠지 피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나중에는 누군가 한 명이 화를 내고 끝 날 때가 많아요. 또 대답은 쉽게 잘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내가 언제?’라고 말 할 때는 엄청 화가나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어요. 아니 알고 싶지 않은 마음도 많아요.”

 지난 7월 주말에 있었던 행사에서 나온 즉석 질문이다.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처럼 살다보면 서로를 미치도록 ‘모르겠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남녀 간의 차이를 이제 ‘과학’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남녀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차이는 뇌 연결망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남자 뇌에선 소뇌좌우 반구 연결구조가 발달해서 공간처리와 운동 등 통합 행동에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발달한다. 한편 여자 뇌 구조는 대뇌 좌우 반구 연결구조가 발달해서 기억과 직관, 사회성이 더 발달한다. 일상에서 남자는 공간지각능력이나 운동능력이 뛰어나 쉽게 주차를 하지만 여자는 더디다. 반면 여자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발달하지만 남자는 여자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주로 슬픈 드라마를 보고 우는 쪽은 여자들이 많다. 그러니 집안 일을 할 때도 ‘몸을 쓰는 일’은 남자가, 뭔가 ‘비교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은 여자가 분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자는 말하지 않아도 남자가 (눈치로) 알아주기를 원하고, 남자는 (여자가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에) 확실한 답을 원한다.

 “나 어때?”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상대의 머리부터 화장, 옷차림 표정까지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려고 애쓰고 이를 표현한다. 반면 이런 질문을 받은 남자는 “예쁘다”라고 하거나 “모르겠는데, 무슨 일 있어?”라는 대답을 한다. 상대가 하는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반응에서부터 진짜로 무엇이 변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특히 부부사이에서 머리를 하고 온 부인에게 ‘그거 얼마짜린데’하는 순간 싸움은 시작된다. 한 쪽은 ‘자신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서운해 하고 다른 한쪽은 ‘변화가 별로 없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대체 남자들은, 대체 여자들은 왜 그런단 말인가.

 대화를 할 때 남녀 간의 차이는 확실하다. 남자는 돌려서 말하는 여자의 말이 어렵다. ‘나 머리했는데 어때?’라고 물어보지 않고, 왜 ‘나 어때?’라고 물어보는가. 또 장황하게 무언가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그래서’라고 결론을 끝에 이야기하는 것도 어렵다. 솔직하게 ‘오늘 나 늦어’하면 될 것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지. 게다가 이야기의 의도가 불문명하다. 친구가 명품 백을 샀다는 말은 ‘나도 하나 사줘’라는 걸로 들리는데 지금 내 형편에는 사 줄 수 없어 화가 난다. 반대로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들은 왜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인지, 말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데 들어주는 것도 어려운 것인지, 왜 늦는지 설명해주는 것이 어려운지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쓰고 보니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그녀들을 모르고, 반대로 그녀들도 그들을 모른다.

 이처럼 서로를 모르는 것은 혹시 서로가 ‘내가 옳다’고만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니까 나의 기준이나 가치관, 사고방식, 행동양식으로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기기 때문은 아닐지. 그래서 내가 기대하는 대답이나 행동이 있는데 그것이 상대방에게서 보이지 않으면 실망하고 서운해 하는 것은 아닌지. 이미 내 안에 답이 정해져 있는데 다른 답은 오답일 수 밖에 없으니까. 솔직하게 ‘내가 원하는 건’이라고 말하기 용기가 부족해서 등등의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고 있다. 보다 더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차이는 존중하고, 모르는 것은 서로 알려주면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하지 않을런지.
조현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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