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회적 조력·시스템 부족 간과말아야”

 청년문제의 시작은 어제 오늘의 일이 결코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청년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본인이 98년도 전남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 상담원으로 근무했을 때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장기간 미취업한 청년들이 도서관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회와 교육기관이 일정한 수업시수와 학점을 이수하면 취업을 위한 준비는 다 해준 것이라는 안일한 무관심은 지금까지 여전하다. 교육기관들은 학생들의 진로 결정은 잘 돼있고, 사회활동을 위한 태도와 지식을 얼마나 잘 준비시켰을까 스스로 반성해봐야 한다. 보다 더 솔직해진다면 본인이 근무하기 이전부터 청년의 문제는 상존했었다. 높은 경제성장률에 따른 높은 취업률이 청년문제에 대해 무시할 만했을 뿐이다.

 영민했던 후배가 장기간 미취업으로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모습을 본 이후 2015년부터 서울에서 청년들을 위한 무료 집단상담을 시작했다. 대학과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간과 장소, 비용을 지불하는데 인색했다.

 노력과 무관심에 따른 실망, 또 다른 시도를 하며,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청년 스스로 원하는 진로를 포기하는 이유

 광주 청년센터에 새로운 센터장이 임명되었고, 이전에 인연이 씨앗이 되어 18년부터 본격적으로 청년들을 위한 무료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이 실시되었다. 개인상담은 총 4명의 전문가를 모셔서 진행하고 있으며, 집단상담은 3회기, 5회기, 12회기 등 3개의 집단상담이 실시되거나 진행될 예정이다.

 상담은 본인이 이전까지 경험했던 것 이상의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청년의 문제를 청년 당사자들만의 문제, 또는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고, 열심히 스펙을 준비하지 않았고, 자신의 적성을 충분히 고민하거나 개발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보다 높은 직장을 기대하는 등 개인의 게으름과 큰 기대치를 자주 지적했다. 이는 아주 틀린 말이 아닐 수 있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청년들의 문제는 사실 그들을 둘러싼 여러 층의 관계가 근원이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이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뜻 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충분한 능력개발의 부족 때문일까? 사실 그보다는 다른 문제가 그의 진로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 그는 부모의 비난과 반대에 직면할 수도 있고, 부모가 반대하지는 않았더라도 부모의 경제적 사정, 부모에게 실망시키지 않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의 진로를 포기했을 수 있다. 가끔은 형제자매들의 반대가 부모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친구, 남자친구, 선후배와 동료들이 그들의 진로선택을 반대할 수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의 기대와 비난으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어 자신을 자책하는 청년을 자주 만나며, 지나친 방치로 인해 일찍부터 스스로 삶을 책임지고 있는 청년·누나 또는 오빠의 진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청년들을 쉽게 만난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보다도 형제와의 부모와의 관계를 위해 진로를 결정하고 실패하고 개인적 관계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의 진로 선택에 대한 다른 의견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꿈보다는 현실을 지향한다.
 
▲가정 형편 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청년은 부모들의 경제적 어려움, 자녀들에 도저히 신경 쓸 수 없는 여건, 부모역할에 대한 지식의 부족 등으로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기도 한다. 그들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적절한 직업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능력발휘의 기회를 찾지 못한다. 청년들의 고민과 꿈의 상실은 그들의 능력부족 때문이 아니라 가까운 관계에서 조력부족과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의 부족에서 더 찾아보아야 한다.

 그들이 성장과정에서 결핍된 부분을 찾아 보완해주는 것은 그들의 잠재력을 완성해주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준다는 의미가 크다. 이는 성인들을 위한,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조력시스템, 예를 들면 청년들을 위한 상담, 코칭, 멘토링 등을 지속적이고 상시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기관의 설립을 필요로 한다.

 이제는 ‘그들이 알아서 취업을 하겠지’라거나, ‘이 정도 사회가 해주었으면 충분한 것 아닌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교육과 복지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들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할 때이다.
정의석<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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