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주주의의 역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민주주의라는 말은 매우 익숙한데 반해 민주주의라고 했을 때 어떤 구체적 삶의 경험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사회는 해방을 시점으로 70여년 가깝게 민주주의 사회라고 명명하지만 의식과 행동에서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있지는 않다. 이는 가정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정치현상에서도 동일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는 기사가 오르내리고 있고, 청와대 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 두 가지 내용은 서로 독립적이라기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공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점, 국정운영에 큰 실책이 없다는 점에서 보면 상당히 호들갑스럽게 느껴진다.

 더 나아가서 박정희 대통령이 천재라는 이야기까지 듣거나(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렇게 오래 동안 감옥에 있을 만큼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우리가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게 된다. 정치인의 이러한 언어적 수사는 무언가 한 개인으로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통령을 염두에 둔 듯 하다. 옛 왕조시대의 유령을 소환하는 것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 환상을 바라는 것 말이다. 사실 민주주의 체계에서 ‘제왕적’이라는 개념과 ‘대통령’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모순됨에도 말이다.
 
▲우리는 무슨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았나?
 
 오랫동안 정치로 밥을 먹고 살았다는 정치인들의 머리에도 여전히 국민이라든가, 시스템이라든가, 대의정치와 같은 개념보다 단 한명의 강한 리더십에 정치를 의존하려 한다면 이는 한국의 정치문화에 상당히 치명적이다. 이러한 비판은 조금 더 확장해보자면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 것도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는 하였다. 이처럼 국가의 지도자는 일시적인 호감으로 평가하고, 그 사람의 정치적 신념이나 가치관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발생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하지만 장기적 국가발전을 고민해보았을 때, 그다지 기능적이지는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일종의 환상에 불과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력은 국민들에게 경제를 발전시켜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보적 개념을 아우르는 중도로서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였다. 두 명의 정치 실패자, 정치 범죄자들이 들고 나왔던 구호는 그 시대의 ‘국민’들이 원하는 환상을 한 가득 담고 있던 것이었다. 두 지도자는 일정의 정치공학을 활용하여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포퓰리즘’을 한껏 활용한 것이다. 어찌 보면 국민 또한 공범인 셈이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위험한 대통령을 뽑았던 그 국민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현재 경제는 그렇게 좋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90년대 후반 IMF부터 있었으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도 회복할 기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대외 경제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된 한 국가에서 극복하기에 쉽지 않은 조건이다. 이러한 대외조건을 무시하고 여전히 한 명의 대통령만 잘 뽑으면-예를 들어 박정희와 같은 ‘천재 대통령’을- 한 국가가 갑자기 번성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환상을 넘어 기막힌 사기이다. 더 나아가서 민주주의의 적이다.
 
▲정치는 지도자 아닌 국민 스스로 나서야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잦은 용어 중 하나는 ‘포퓰리즘’이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부족했던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정당들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무상급식, 청년수당 등 복지예산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위한다는 것은 ‘국민’이다.

 경제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한 명의 지도자가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미래의 교육을 위해 각 주체가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한다. 암기식에 끔찍한 고통을 전제로 한 교육이 어떻게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만들 수 있겠는가? 임금의 문제, 북한과의 평화문제 등은 양보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도자 한 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일 그러한 환상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과거 잘못된 지도자를 뽑고 후회했던 바로 그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서 자신을 자각할 필요가 있으며, 개입할 필요가 있다. 단지 ‘다수의 침묵하는 국민’으로서 선거에서 호감 가는 지도자를 구원처럼 생각하고 투표하는 것이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는 지도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포퓰리즘의 생산자이자 희생자가 아닌지 깊이 반성해볼 때이다.
정의석<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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