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는 권은 요즘 ‘루저’(패배자)느낌이란다. 그녀에 따르면 승진과 인사발령이 나는 요즘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자신을 보면 그렇다는 거다. 동료의 승진은 기쁜 마음으로 축하는 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니 그게 아니란다. 승진은 회사나 조직으로부터 받는 칭찬이고 관심이며 열심히 일한 보상인데 ‘내가 회사에서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 구나’하는 마음이 크단다.

 웬지 자신이 쓸모없는 월급 벌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제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하게 된단다. 이런 생각은 승진과 인사발령이 있을 때마다 하게 된단다. 몹시 힘들겠다.

 동료의 승진을 이야기하던 김은 동료의 승진이 회사정치를 잘하고, 라인을 잘 타서 된 것이지 업무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동료보다 자신이 더 선·후배들과 관계가 좋고, 실적도 좋으며 고과 성적이 더 나은데도 자신은 상사나 인사권자에게 아부, 아첨, 아양을 잘 떨지 못해서 승진에서 밀렸다고 한다.

 그렇기에 회사생활은 능력이나 실력, 실적이 아니라 눈치와 요령, 편법이 필요하단다. 그러면서 세상은 불공평하고 공정하지 않으니 자신처럼 성실한 사람들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며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그의 승진탈락은 그가 사내정치를 안 해서 일까?
 
▲나보다 나은 사람을 미워하는…
 
 ‘자기보다 잘되거나 나은’ 사람을 괜히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들거나 혹은 몹시 부러워질 때가 있는가. 아마도 살다보면 많은 상황에서 누군가를 시샘하고 질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그저 그가 잘되거나 좋은 것을 지니고 있는 상황을 불편해 할 수도 있고, 내가 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 하고 있는 경우나 내가 가진 것보다 나은 것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불편해 하는 경우.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나보다’ 더 많은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봤을 때 마음속에서 ‘안 읽고 장식용’일 거라며 은근 폄하하면서 샘을 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누군가 나보다 잘되면 ‘누구나’ 시기와 질투를 하게 되는 걸까? 혹시 어떤 사람의 승진은 배가 아프고 어떤 이는 기쁨이 되기도 하는가. 혹자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은 입사동기나 동창생, 내 친구와 같이 자신과 비교적 비슷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경험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등병은 자신보다 먼저 입대한 위 기수나 선임들에게 시샘을 하지 중대장이나 대대장에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부러움과 선망의 감정을 흔하게 느낀다. 그러면 왜 남이 잘 되는 게 배가 아플까. 타고나 못된 심보 때문일까.

 속담처럼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플 수 있다. 부러움 때문에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시샘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배가 아플 수 있다. 부러움 때문에 배가 아픈 사람은 논을 산 사돈을 벤치마킹해서 자신도 땅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나 괜시리 사돈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만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때때로 시기와 질투는 자신보다 나은 누군가처럼 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동기’가 되기도 한다.

 즉,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고 그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심리적 기제가 된다. 그것이 특히 욕구, 흥미, 호기심, 즐거움과 같이 내적이고 개인적인 요인일 경우 동기가 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열등감이 가져오는 ‘세상과 다른 사람 탓’
 
 반면에 자신을 남보다 못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며 스스로는 그것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 열등감 때문에 배가 아플 수도 있다. 자신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면서 더 이상 노력하지 않으려 하고 힘들게 세상을 헤쳐 나가지 않은 채 ‘세상과 다른 사람 탓’하며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러는 열등감도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동기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열등감을 갖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장님은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촉각이나 후각, 청각을 더 발달시키는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앉는 대신에 자신이 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나 장점이 무엇인지에 주목하라고.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비단 ‘승진’ 뿐 일리 없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은 몹시 슬픈 일이다. 그렇다면 때로 당신의 존재가 다른 사람에게도 시기와 질투의 감정으로 지옥을 경험하게 했을 때가 있었을 터이니, 어쩌면 우린 서로에게 ‘지옥’과도 같은 존재인건가.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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