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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석 사회분석]여성폭력사회-승리·정준영 성범죄에 대하여
정의석
기사 게재일 : 2019-03-18 06:05:02
▲ 성접대 의혹과 관련, 가수 승리가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이정민<오마이뉴스>
 최근 그룹 빅뱅의 멤버였던 승리, 가수 정준영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로 인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에 대한 부정채용청탁,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성폭행, 고 장자연씨 성접대 등에 대한 문제 등이 덮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고립된 각각의 사건이라기보다 인류에게 있었던 여성에 대한 긴 불평등과 폭력을 드러내는 것이자, 현대 한국사회에서 숨겨졌던 여성에 대한 폭력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것이라 보았을 때 오히려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더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위험성에 대해 분노하고 시위를 통해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했을 때, 많은 남성들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일회적이고 우연적 사건에 대해 여성들이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성을 향한 일련의 착취, 학대, 폭력 등의 사건들을 목도하면서 여성들의 요구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여성들에 대한 폭력은 일정한 지역, 시기, 직업에 한정되지 않았고, 사회전반에 걸쳐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 권력 불평등에 기반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는 법조계마저도 여성이 얼마나 남성에게 취약할 수 있는지, 사법정의의 수행자인 검사마저도 얼마나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지를 보여주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별장 성폭행 사건은 법조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은 시인이 동료시인 최영미 씨에게 저질렀던 성추행은 그 내용을 차마 읽기 부끄러울 정도이다. 배우 조재현과 영화감독 김기덕의 성폭행은 그 끔찍함을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문학과 예술 영역의 미투는 인간의 아름다움이 아닌 추악함을 보여주었다. 2018년 3월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가 있었다. 미투운동을 통한 여성인권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벌인 일들은 그의 이중성을 잘 보여주었고,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강화시켰다.

 승리·정준영이 보여준 모습은 단지 여성에 대한 성적 도구화라는 표현으로는 그 비윤리성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없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연예인이라는 권력을 통해 여성에 대한 강제적 폭력을 행사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일종의 권력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것이며, 그 배후에는 그들의 소속사와 연관된 인맥이 포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여성의 권력이 상상 이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거시적 관점에서 보자면 남성과 여성의 권력 불평등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한국사회에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감소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불평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두 번째 거시적 관점은 여성에 대한 성적 도구화의 문제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여성의 성적 도구화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이를 보여주는 사건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학 내 단체 카톡방에서 이루어진 성희롱 대화들이다. 이는 어떤 특정 대학을 제한하지 않고 서울대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에서 이루어졌다. 권력을 지닌 남성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가지면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을 결코 비윤리적이거나, 탈법적인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대로 비친 거울과 같다.

 2016년 서울대 학생들의 단체 카톡방 내용의 일부를 보면 “배고프면 여자 따 먹어” “몸매 좋은 여성들 봉지 씌우고 먹은 뒤 버려” 등등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이 많다. 지적 우월함을 인정받아 서울대라고 하는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준이라고는 믿기 힘든 내용들이다.
 
▲처벌·정책 넘어 개혁돼야 할 것들

 문제는 이들의 가치가 일부 남성과 시대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대학 내 카톡방에 올라온 것과 동일한 내용의 말을 90년대 초반 서울에서 재수학원을 다닐 때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입을 통해서 종종 들었다. 난 그 끔찍한 이야기를 웃으며 말하는 어린 학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꽤 흘러서 2015년 무렵 정도에 나에게 상담 받던 한 청소년이 친구들과 동일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난 20~30년의 긴 시간적 차이가 갑자기 좁혀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각이 오랜 시간 축적되고, 보편화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성적 도구화가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를 통해 인기와 부를 축적하게 되고, 그를 통해 이룬 부를 이용해서 경찰, 검찰, 국회의원 등과 같은 권력을 이용해 그들의 죄를 모면하게 하는 남성중심의 권력 카르텔이 작용하는 것이다. 승리·정준영의 성범죄 문제는 단지 소수의 연예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 전반에 퍼진 왜곡된 성의식, 성공 지향적 가치관, 남성과 여성의 권력불평등 등이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그들에 대한 처벌로 변화될 것도 아니며, 한두 가지의 정책만으로 바뀔 일도 아니다. 미시적으로는 사회구성원의 성의식의 전환에서부터 거시적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등이 함께 개혁되어야 희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정의석<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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