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이라는 클럽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서 불거진 승리의 성매매 알선 혐의와 그의 절친들이 벌인 ‘강간 파티’, 성관계 영상 불법 촬영과 유포 혐의가 SNS 대화방에서 속속 확인되면서 온 사회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그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에는 사람으로서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좋은 게스트라는 의미로 ‘물게’라고 부르며 약물을 탄 술을 마시게 하고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강간하고 강간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그 영상들은 마치 ‘전리품’처럼 자랑하듯 단톡방에서 공유되고 퍼져나갔다.

 ‘승리게이트’가 터진 다음 날, 필자는 약속이 있어 상무지구에 가게 되었다. 일을 다 마치고 주차된 차 문을 열려는 데 접혀진 사이드미러 사이에 작은 전단지 하나가 꽂혀있었다. 그 전단지에는 ‘죽기 전에 꼭 가보자!’라는 문구 아래에 태국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의 사진과 함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고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기가 막혔다. 아무리 편협하게 해석하지 않으려 해도 적혀 있는 문구는 분명 ‘남성’ 고객들을 위한 것이었으며 그곳에서 가능하거나 해도 좋다는 행위들은 ‘여성’을 ‘안주’로 취급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 주변의 ‘승리’·‘정준영’

 승리와 정준영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연예계의 일이 아니라 내 주변 도처에 ‘승리’와 ‘정준영’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 후로 필자가 경험했던 일련의 일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주로 남성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회사 사람들이었다. 승리와 정준영의 사건을 리뷰하며 이 사건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뒷배가 누구일까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까지는 괜찮았다. ‘정준영’ 사건이 나자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될 정도로 ‘정준영 동영상’을 찾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과 동영상의 여성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결국 우리 사회의 견고한 남성들의 연대에 대해 비판을 하자 술렁이기 시작한다. ‘억울한’ 가해자(남성)가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라면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왜 억울할까? ‘피해자(여성)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고, 같이 성관계 할 때는 언제고 나중에 성폭력이라고 신고’한다는 것이다. 대화하는 동안 ‘꽃뱀’이라는 말은 나왔지만 그들에게서 피해자가 받았을 두려움과 상처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필자에게 오랫동안 여성단체에서 일을 했으면서 ‘억울한’ 가해자를 돌보지 않았다고 질책하기까지 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억울’하다고 느끼게 했을까?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말도 했다. 다시 말해 성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늘상 일어나고 있지만 심각성이 결여되었거나 의레껏 정도로 일상화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준영’ 뉴스에 달린 댓글에 ‘남자들 사이에는 자주 있는 일’이라거나 성폭력으로 보기보다는 10명 이상의 여성과 성관계를 한 것이 영웅시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미투가 시작되었을 때 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남성만이 끝낼 수 있다”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모든 남성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가해자는 아니므로 가능한 많은 남성들이 성폭력 가해자들과 남성우월주의자들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남성의 폭력은 남성만이 끊을 수 있다”

 그들이 말한 ‘억울함’에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성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야동’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TV 오락프로그램에 버젓이 나오고, ‘여성’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성산업 구조가 당연한 사회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남성들도 피해자로 당한 사례도 강의할 때 넣어달라는 요청해 찾지만 없고 ‘한해 남편이나 애인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수가 최소 85명에 이른다’와 같은 기사들이 훨씬 더 많이 검색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백희정<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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