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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유감]고용위기 참사, 탄력근로제가 대안일까?
소영
기사 게재일 : 2019-04-17 06:05:01
 대통령이 바뀐 지 1년이 지나니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인가라는, 그러나 조금은 막연한 불안함도 함께하는 기대가 있었다. 장시간 노동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사회문제였다. 사람들은 장시간 노동이 문제라고 느끼고 있었고, 잇따른 사건·사고는 과로의 치명적인 영향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부 출범 직후 ‘노동 존중’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취하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추진했다. 그런데 재계가 노동 시간 단축으로 인해 생산에 생길 차질을 보완할 방안으로 요구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과로사를 합법화하는’ 정책이라며 반대했다. 왜 정부는 애초에 내세웠던 자신의 정책기조를 선회하려는 것일까?
 
▲“빈틈없이 일하게 될 노동자들”
 
 지난해 7월 고용지표는 한국사회에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취업자 중가 수 5000명이라는 수치는 ‘고용위축’이라고 불리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에 취업자 증가 수는 20-30만 명대를 오갔는데, 2018년 상반기에는 10만 명대로 하락하더니 1만명 미만으로 추락한 것이었다. 보수언론과 보수세력들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고용참사’로 명명했고,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정부 정책이 한국경제에 충격을 준 것이라 주장했다. 여전히 한국경제가 마주한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17-18년 이어졌던 반도체 호황이 종료됨에 따라 그간 가려졌던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도드라졌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대기업 현대자동차의 2018년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6% 감소했고, 4분기에는 순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조선, 통신기기 등 주력 제조업들 대부분이 위기를 겪고 있다.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니 노동자에게도, 전체 경제에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제도라 말한다. 그러나 우선 탄력근로제 확대는 고용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재계는 탄력근로제가 필요한 이유로 “업무량이 많을 때 대응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재계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통해 업무 폭증 시기에 기존의 인력에게는 더 많은 노동을 시키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이처럼 업무량이 많을 때 일을 길게 시키고 업무량이 적을 때 일을 적게 시키면, 빈틈 없이 일하게 되기 때문에 더 많은 몫을 생산하게끔 할 수 있다.
 
▲노동자·시민 감당 부담 늘어
 
 물론 앞서 보았던 것처럼 한국의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 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경제 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는데, 노동 시간이 짧지만 한국보다 산업 경쟁력이 뛰어난 국가들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탄력근로제 확대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이러한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일 수 없다. 오히려 기업의 목숨을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빼앗아 연장하는 것이다.

 처음에 정부는 노동존중을,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워라밸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아리송하기 그지없다. 분명 좋은 의도를 내세웠다. 그러나 좋은 의도만 가지고는 사회를 제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 오히려 좋은 의도를 내세우기 전 보다 상황은 악화되었고, 노동자-시민이 감당해야할 것은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조금은 더 나은 삶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기대는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한 전망과 계획이다. 고용위기가 지속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기업의 생산성이 저 아래서 밑돌고 있는 전 세계적인 시야의 분석과 고민이 없다면 ‘진보정책’은 허공을 맴돌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소영 <전남대 학회학술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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