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폭염이 찾아왔다. 지난해보다도 더 일찍 재난문자가 울렸다.

 오월 중순 경 울린, 황당하기까지 한 재난문자를 받아본 시민들에게 이 도시의 삶은 얼마나 불안할까.

 이제 폭염은, 이 도시에 깃들어 사는 시민들이 마음대로 어찌해보지 못하는 것이 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또 그에 따른 대응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진단과 대응책들이 해마다 나오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고 있다.

 지방기상청은 도시의 폭염에 따른 상황을 예의주시해 경보를 울리고, 소방본부는 달구어진 도로에 수시로 물을 뿌려서 열을 식혀주고, 행정기관에서는 예산을 들여 건널목마다 뙤약볕을 가려주는 우산을 펼쳐주고, 각 관공서와 은행, 동네 경로당을 취약계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만들어 주는데도, 해마다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부고는 더 늘어가고만 있다.
 
▲원인 멀리서 찾으면 대책은 요원
 
 근본적인 이유를 굳이 멀리 찾아보자면, 남미 브라질이나 동남아의 열대우림 파괴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곳까지는 너무나 멀다. 전 세계적인 기후온난화나 그에 따른 기후변화이야기는, 시민들이 공감하기에는 딴나라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 속에서 나온 스스로의 진단과 대응책은 그래서 더 귀하다.

 2017년 도시폭염대응 100인 시민포럼에서 도시폭염 문제에 대해 시민들로부터 받은 여러 제안들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때 나온 시민들의 의견은 도시 속의 녹지공간 조성, 대중교통, 자전거 이용 인센티브 지원, 폭염에 대한 시민들의 자각, 인식제고, 건물옥상에 도시정원 만들기, 에너지 절약, 대기전력 차단 등 시민들 삶 속에서 해 볼만 한 희망이 담긴 것들이었다.

 광주라는 도시에서 스스로를 살릴 수 있는 선한의지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실현 되어서, 도시가 살길을 찾아 갈 수 있다면 그곳이 살만한 고향이 아니겠는가 싶다.

 광주는 물의 도시라 ‘무들’이라 했다 하고, 경양방죽도 치수개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무등에서 흘러내려오는 싱싱한 자연의 생명력이 앞산과 뒷산을 따라 흘러 도시의 자양분이 되어주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저수지와 숲들은 광주의 초록 터무늬가 되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방죽도 뭉개고, 물길들도 덮고, 숲도 지웠다. 그래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생태적인 회복력이 약화되어가고 있는 도시는 희망이 없다. 결국 시민들이 행복하지도 않다. 오월도 되기 전에 숨을 헐떡거리는 도시. 봄과 가을의 날들이 자꾸 짧아지고 그 존재마저 망각해가고 있는 철없는 도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재생을 빌미삼아 고층의 아파트들이 속절없이 들어서서 바람길을 막아서는 답이 없는 도시. 70%, 80%를 넘어서고 있는 아파트공화국의 도시. 폭염의 도시 대구의 ‘대프리카’를 넘어서서 ‘광프리카’를 선도하는 도시 광주.
 
▲도시 광주 ‘본모습’을 점검해야
 
 다시 애써 반복하지만, 도시는 생태계의 순환고리가 단절될수록 살기가 힘들어 진다. 큰 안목과 긴 호흡으로 광주의 폭염을 바라봐야만 한다. 우리의 본모습을 다시 돌아보자. 돈만 우선인 자본이 이끌어가도, 광주는 철학적으로 올곧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런 기본이 없이 무작정 끌려간다면 결국은 자연도 인간도 제대로 대접을 못해주는 도시가 될 것임이 뻔하다.

 ‘대프리카’ 대구는 도시에 씌워진 오명을 지우려 애써 나무를 더 심고, 숲을 가꿨다 한다.

 있는 저수지와 습지를 메꾸고 마을과 숲을 지워 바람길을 막는 아파트를 세워 폭염으로 헉헉거리는 생지옥으로 만들어가지 말고, 미래세대들이 숨 쉬며 살만한 도시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지역의 리더들이 당대의 시민들이 제시한 대안들도 꼼꼼히 살펴 실현해보는 희망의 도시가 되기를 바래본다.

 해가 벌써 진 퇴근길, 아직도 후끈거려 멀미가나는 집 앞 도로에 이웃들이 두루 평안하시라 찬물 한 바가지를 뿌려준다.
김경일<사단법인 푸른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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