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부 문제를 세계수영대회 기간 중 집단행동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광주정신을 왜곡하는 것.”

 광주지역 노동·사회단체들이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장 주변에 집회를 신고하자, 이용섭 광주시장이 던진 경고성 메시지다.

 단체들은 일찍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이 점쳐진 수영대회 개회식를 계기로 자신들의 답답함을 호소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시장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고 대다수 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을 왜곡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게 집회·결사, 표현의 자유다. 그런데 이같은 헌법상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훼손당할 수 있다는 광주정신, 그 실체는 무엇일까?
 
▲집회·결사 자유는 헌법적 가치
 
 이용섭 시장은 이번 대회 준비 과정에서 가장 열심히 뛰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누구보다 대회 성공을 갈망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생각하는 성공의 잣대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시대 대형 스포츠대회는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과 인프라 구축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투입 비용 만큼의 경제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 게 2015하계U대회 등 역대 대회에서 확인된 현실이다. 광주수영대회 역시 예산을 아끼고 아꼈다지만 총 2244억 원이나 투입됐다. 경제학적 관점에선 마이너스 대회를 벗어날 길 없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유형의 실적이 이렇다면, 기대 가능한 다른 효과는 도시 브랜드 가치 등 무형의 가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대목에서 이 시장이 언급한 ‘광주 정신’은 중요한 척도다. 광주를 찾는 외국인들이 ‘광주 정신’을 체감하고 돌아간다면 무엇보다 값진 성과라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시장은 대회 기간 벌어지는 집회와 시위가 ‘광주 정신’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세계가 배우고자 하는 광주정신은 ‘불의·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정의롭게 일어나 맞섰다’는 게 핵심이다.

 이 시장의 바람대로 대회 기간 조용하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손님맞이 차원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광주라는 도시에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어서 평온한 일상만 보여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는 광주 마케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140만 시민이 살고 있는 대도시 광주엔 여러 지점에서 갈등과 대립이 상존하고 있다.

 이미 있는 문제를 특정 기간 없는 듯 자제하자며 ‘광주 정신’을 근거로 들먹이는 건 어불성설이다. 마치 거리에서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 걸 복지 도시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가린 만큼 문제 해결 더 지난
 
 이번 뿐만 아니라 대형 국제대회를 앞두곤 꼭 이 같은 논리의 ‘눈가림’ 도시 관리가 이어져 왔다.

 1988년 올림픽이 열렸던 그해도, 거리는 깨끗하고, TV에선 한강의 기적을 앞세운 신화같은 프로그램이 점령했다. 하지만 뒤편으로 숨기고, 가린 만큼 문제 해결 과정은 지난했고, 국가적 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2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이 열린 광주여자대학교 앞 교차로에서 예정된 집회가 열렸다. 노동자들은 거리에 나와 시민들을 향해 “비정규직 차별 철폐” “집단해고 반대” 등을 외쳤다.

 집회는 신고된 장소에서만 이뤄졌고, 경기장 안은 평온했다.

 집회에 나선 노동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민주· 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광주 정신은 이처럼 절박한 목소리를 막지 않는 것이며, 들어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기본적 권리에 ‘국제대회 개최’가 걸림돌이 될 수 없음도 자명하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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