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향교에서 이주여성들이 추석 상차림 법을 배우고 있는 모습.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광주드림 자료사진>
 추석, 오랜만에 정든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냈는가. 아니면 장시간 운전해야 하는 교통체증, 명절 음식 장만으로 인한 불평등한 가사 노동에 대한 불만, 보너스나 휴가 일수 차이로 인한 불만, 오랜만에 만난 집안 어른들의 잔소리 등등으로 불편한 연휴를 보냈는가.

필자는 시댁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이번 명절은 각자 집에서 보내기’로 해서 운전을 하거나 전을 부치지 않는 추석을 보냈다. 그런데 부담없이 편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허전하고 서운한 느낌이 컸다.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며 틈틈이 상을 차릴 때는 몰랐는데 막상 가족들이 없으니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아 서운했고 의지할 곳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처음이라 그런가 아니면 ‘옛날’ 사람이라서?
 
▲ ‘일’없이 집에서 보낸 명절의 허전함

 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울까. 개나 고양이, 새 같은 동물은 집안에서 키우면 동물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직 기르는 사람이 손수 이것저것 해주는 수고로움을 동반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장시간 어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반려동물이 맘에 걸려 집을 비울 수도 반려동물 혼자 둘 수도 없는 불편함을 주는데도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하고 병원비도 만만치 않아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까지 나왔다. 이렇듯 키우는 사람의 수고와 불편과 금전적 지출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을 키우려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을 가까이 두고 보살피며 기른다고 한다.

 동물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어렸을 적 시골집에서 키웠던 닭은 달걀과 고기를 주고,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해, 개는 파수꾼으로 쓰임과 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보고 즐기는 애완용이 되었고 이제는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의 존재가 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만이 동물을 기르며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란다. 반려동물로 인해 기쁨을 느끼고 우울감이나 외로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누그러지는 것은 보너스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동물과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위로와 관심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식 추석을 맞아 경험한 낯설은 감정, 허전함. 이 허전함은 어디서 왔을까. 옆구리가 시린 이 느낌은 달갑지가 않다. 음식을 장만하면서 조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서로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소소한 만남이었지만 장시간 운전을 감수하고 많은 분량의 음식을 준비하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할 이유. 다른 무엇보다 더 ‘친밀한’ 관계인 가족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명절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살아가던 사람들을 ‘가족’이란 관계로 연결해 주는 행사는 아닐는지.
 
▲‘함께’라는 감정이 주는 정서적 위안

 사람들은 말도 못하는 동물과도 ‘관계’를 가지고 싶어한다. 함께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의지가 되며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 ‘관계’를 추구하는 이유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중요한 타인’으로 받는 여러 형태의 원조, 도움이나 관심 등과 같은 ‘사회적 지지’가 살아가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 할 때 누군가 건내는 따뜻한 한마디의 말, 배려해주는 작은 행동은 큰 힘이 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가족’은 사회적 지지를 무한 리필로 받을 수 있는 중요 원천이다.

 모처럼 맞이한 안식 명절인데 편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동안 명절증후군이다 뭐다하며 불평도 많았지만 정작 쉬고 보니 새삼 중요한 것을 거른 느낌이다. 고독하고 외롭다는 말을 달고 사는 현대에 명절은 자신의 중요한 타인과 사회적 지지 체계를 유지·보수하는 시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나의 허전함은 아마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고 의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나 보다. 덕분에 자매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을 보면.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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