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쌉상한 기운이 돌더니, 가로수가 먼저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회화나무, 당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 느릅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목백합나무, 이팝나무들도 다사로운 햇빛이 펼쳐 놓은 것 중에 자신에게 딱 맞는 색을 고르느라 애쓰고 있었다. 마지막 떨어지기 전까지 허투루 살고 있지 않는 나무들을 보며 옷깃을 바로 여민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는 시인의 직관이 아니더라도 이 계절은 여름내 흐트러졌던 마음과 몸을 다시 가다듬어 주는 것 같다.

 요즘,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우리 조국이 어디로 가고 있을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으로 잠을 못 이뤘다.

 나라 밖에선 왈칵 눈물을 쏟게 하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감동적인 메시지도 있었다. 그 중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이야기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책없이 공멸로 흘러가는 세상
 
 2018년 9월부터 기후변화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곧바로 행동을 시작한 어리지만 야무진 소녀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녀는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1인 시위는 큰 울림이 되어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매주 금요일에 학교가 아닌 거리로 나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로 정해 자신들의 요구를 외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 최근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 정상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당신들이 헛된 말로 제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세계 정상들에게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볼 것”이라며 긴급하게 행동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무 대책도 없이 공멸로 흘러가고 있는 세상과 책임 있는 어른들에게 해결책을 내놓도록 아픈 눈물과 함께 당당하게 요청을 한 것이다.

 되돌아보면 우리에게도 이렇게 시민단체가 정치와 사회에 제 목소리를 내던 때가 있었다. 물론 당당한 목소리 뒤에 더 당당한 대안과 비전을 생각해가며 우리가 가야할 세상과 바라는 세상을 꿈꾸며 역할을 요구하였다. 그 때가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하는 세상이 되었노라 자긍심도 되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세상을 개혁하던 시민운동은, 요즘은 그레타 툰베리처럼 한사람의 목소리도 중요하게 대접받는 세상이 열렸다. 지극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면, 곧 바로 그에 상응하는 답을 받아낼 수도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1인 활동가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정당한 문제 제기를 했을 때에 큰 울림이 따라 올 것이고, 그 활동도 공감대를 얻어 더 확대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끝장을 보여주려 한 불안한 세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그녀와 미래세대들에게 어른들은 끝이 아니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22일 장록습지 국가습지 토론회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의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여부를 두고 반년 만에 공개토론회가 10월22일 열린다. 광산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저녁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휴식 시간을 두고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한다.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이 각종 개발사업 규제 요인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과 환경부, 광주광역시, 구청이 일단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는 활동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지는 토론회. 그래서 더 토론회에서 나올 결과가 기다려진다.

 짧다면 짧은 반년동안 각각의 역할이 충분히 이뤄졌다면, 그리고 그 지극한 마음들이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졌다면 ‘팩트 체크’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습지가 주민들이 주인으로 역할을 하고 제 목소리를 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한 관광자원으로 거듭난 사례는 많다. 이런 사례도 공유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활용방안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서 끝장 토론이 아닌 이제 제대로 된 출발점이 되기를….

 서로가 주인공으로 바로 서는 토론회. ‘끝장’이 ‘끝까지 장하게’라고 치사를 듣는 토론회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김경일<사단법인 푸른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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