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도 적응된다?

 매일 아침 요란한 벨소리와 함께 안전 안내문자가 쏟아진다. 무주에 볼 일이 있던 지난 주말 오전 9시17분에 무주군청, 9시21분 김천시청, 10시5분 경북도청, 오후 4시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안전 안내문자가 쏟아졌다.

 거리를 두고, 발열과 같은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보건소로 상담을 하고, 오늘 추가확진자 1명이 발생해서 동선을 안내하는 문자들이다. 직장이나 어딘가 소속되지 않더라도 하루에 대여섯 건의 문자를 의무적으로 받는 요즘이다.

 그렇다 보니 이제는 벨소리가 울리면 소리를 끄고 대충 내용은 건너뛰게 된다. 나만 그런가.

 직업상 범죄현장에서 사체 감식이나 범법행위를 수사하다 보면 ‘웬만한’ 일에는 분노나 안타까움, 아쉬움 등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매번 자신은 죄가 없음을 주장하며 거짓말을 하는 이들을 상대하고, 다치고 훼손이 심하거나 오래된 사체들을 보다 보니 처음에는 짜증도 나고, 무섭고, 불안하고,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단다.

 어떤 이는 자신이 점점 감정이 메말라(?) 간다고 여기기도 한다. 직업적으로는 이성적이지만, 가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만한 일’로 호들갑을 떤다고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동안 가능할까?

 치사율을 낮아서, 혹은 나는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에, 아니면 정신적으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결함이 있어서 그런가?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 두껑 보고 놀란다’가 있다.

 한 번 크게 놀란 일은 그와 비슷한 것만 봐도 놀란다는 것이다. 조금 지나친 경우에는 한 번 혼이 난 일로 무슨 일이든 항상 경계하고 무서워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겨 이후 개를 멀리하고 (비정상적으로)무서워하며 불안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에게 물린 경험이 있는 어떤 사람은 개를 가까이 두고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다. 만일 그가 ‘자주 그리고 반복적’으로 개를 본다면 더 이상 개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두려움과 같은 감정, 몸이 움츠러드는 감각이 더뎌지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감염위험이 높고 치사율이 높다는 정보를 받는 요즘도 어떤 이들은 ‘코로나 블루’라는 불안,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문자 경고를 무시한 채 외출을 하고 사람들과의 모임을 갖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가. 민감한 사람인가, 둔감한 사람인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장기간 우리와 함께 살아간다고 한다. 확실한 치료법이나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엄청난 전염력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감염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감염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외출을 삼가고 다른 사람과 만남을 않으며 집에서만 지내는 것은 얼마 동안 가능할까. 2개월, 4개월 혹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조만간 감염에 대한 불안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일상이 ‘감염 걱정없이’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고 외부활동을 했다는 것이라면, 이제는 ‘감염은 걱정되지만’ 다시 일상생활을 할 것이란 것이다.

 다시 시작하는 일상은 어떤 것이 될까. 비대면, 원격, 재택 등과 같은 일상이 될 거라고 예측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날 것이며, 날이 좋으면 일없이 야외에 나가고 싶을 것인데.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둔감하지 않기

 호랑이 같은 맹수가 최종 포식자였던 시대를 살아남은 선조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름 ‘스마트’한 선조들은 ‘어흥은 호랑이=숨기’를 학습했다.

 호랑이 대신 코로나와 함께 하는 일상에서 코로나가 ‘완전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마치 원시인이 호랑이와 만난 것과 같다. 어흥 소리는 주변에 호랑이가 있다는 단서이듯, 안전 안내문자는 내 주변의 호랑이 위치를 알려주고, 이후 외출이나 사람을 만나는 등의 위험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도록 ‘주의’를 유지하면서 학교를 가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하며 사는 것.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둔감해지지 않고 ‘스마트’하게 적응하는 것이 필요한 요즘이다.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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