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밀려온다 기로에선 마을들]
(3)동구 용산동 화산마을

▲ 동구 용산동 화산마을에서 30년 농사를 지어온 주민 신창남(69)씨가 올해 마지막이 될지 모를 논에서 일을 하다, 아내와 함께 잠시 땀을 식히고 있다. 논 저편 멀리 제2순환도로 가로등이 보인다.

 광주시내에서 남문로를 따라 화순방면으로 나가다 제2순환도로 못미쳐 용산교를 통해 광주천을 건넌다. 왼편으로 용산초교를 지나 화산로를 타고 용산IC방향으로 가면 길가에 자동차학원이 있고 그 뒤편에 산아래까지 이어진 계단식 논. 그 서쪽 한 켠에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올 일이 없어 보이는 마을이 있다.

 화산(花山)마을. 꽃뫼라는 이름을 따, 마을 안을 흐르는 골목길 이름도 `꽃메길’이다. 20가구가 채 못 되는 이 마을의 중심은 논이고,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안쪽으로는 복숭아밭이나 채소밭이 자리하고 있다.

 제2순환도로는 화산마을 한복판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양지와 음지마을로 나눴고, 북쪽인 이곳 양지마을은 용산 택지개발예정지역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네는 똑같애.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응께. 거의 노인들만 살어.”

 비료를 뿌리다 논두렁에서 쉬던 주민 신창남(69)씨의 설명이다. 화순에서 살다가 이 마을에 들어와 산 지 30년 됐지만, 별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단다. 아내와 둘이서 남의 논 스무 마지기를 부치고 산다는 그는, “이 동네 땅 열에 하나는 시내 사람이 주인이다”고 말했다. 마을은 실제 사는 이들의 `생활’보다 외지에 사는 이들의 `재산’개념이 더 크게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도심공동화로 비상이 걸린 동구는 인구 유입을 위해 이 곳을 마지막 택지개발지역으로 삼았다. 올 가을부터 토지보상에 들어가면 내년부터는 공사가 시작될 게다. 그러면 떠나야 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올해가 마지막 농사일지 모른다’고 되뇌이던 우려는,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윤식(52)씨도 걱정은 마찬가지. 운수업을 정리하고 이 마을에 정착한 지 5년 만에 다시 떠나게 생겼다.

 “이 식당 보상 받아봐야 시내로는 못 들어가요. 여기도 외진데, 다른 외곽지역에 장사할 만한 곳이 있나 봐야죠.”

 나무가 유난히 많아 바람 시원하고, 공기가 좋은 곳. 하지만 개발이 시작되면 논도 산의 일부도 밀리고 깎일 수밖에 없다. 나무와 논과 산과 밭과 식당과 함께 살아왔던 이들의 삶도 어디론가 밀려날 참이다.

  이광재기자 jajuy@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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