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밀려온다 기로오선 마을들
<6>신창동 매결마을

▲ 야트막한 야산이 있던 자리에 야산보다 더 높은 20층 짜리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매화꽃이 핀다는 매결 마을에선 더이상 매화를 볼 수 없다.

“그늘지고 시원하지도 않고, 하이고~ 답답하제. 아파트 들어서가꼬 마을이 옴팡 푹 들어가부렀제.”

북구 신창동 매결 마을 어귀에서 만난 한 주민의 말이다. 그 말마따나 매결 마을은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푹 주저앉은 것처럼 보인다. 마을 어느 집에서든 마당 뒤로 하늘 높이 치솟은 콘크리트 아파트가 가로 막는다. 역으로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어느 집이든 마당이 들여다보인다. 할머니는 “마을 뒷산 깎아 아파트 들어서면서 마을이 못쓰게 됐다”며 손사래를 쳤다.

광주 보건전문대 앞 큰 길에서 왼편으로 야산을 끼고 돌아 반촌과 구촌 마을을 지나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매결 마을’이 있다.

광산문화원에 따르면 매결(梅結) 마을은 과거 마을 뒷동산에 매화꽃이 피어 만발하고 마을 모습이 흡사 매화가 열매를 맺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조 문종 때 홍문관 교리를 지낸 정안이씨 이존신공이 터를 잡고 정착, 개촌했고 그 뒤 김해김씨와 여양진씨가 입촌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매결 마을은 5년 전만 해도 마을 뒤편에 아담한 야산이 있고 마을 앞으로 기름진 평야가 펼쳐진 평화로운 자연마을이었다. 뒷산은 ‘독댕이’(돌)가 많아 ‘독댕이산’으로 불렸다. 마을 사람들에게 땔감나무를 제공하던 산이었다.

“독댕이 산이어도 나무 하러 산에 자주 올라댕겼제. 솔나무가 겁나게 많었어. 과수원도 있고 그랬제.” 마을 주민 김정례(74)씨의 말이다.

하지만 ‘독댕이’가 있던 자리엔 가파르고 각진 20층짜리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고 이제 매화꽃도 ‘독댕이산’도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마을 앞 저수지와 ‘땀띠샘’ 등도 개발의 파도에 휩쓸렸다. 새우도 잡고 목욕도 했던 저수지는 개발과 함께 오염됐다. 여름철 땀띠가 나면 씻었다는 ‘땀띠샘’도 사라졌다.

“저수지 우그로 시암(샘)이 많었어. 물이 하도 차고 존께 애기들 땀띠 나면 델꼬(데리고)가 씻었는디 금방 땀띠가 낫어부렀제. 아파트 들어섬시로 다 없어졌어.”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매결마을은 100여 가구에 400여 명이 사는 제법 큰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60가구가 채 못 된다. 본토 사람들보다 외지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 단지에 묻혀 있다보니 마을 사람들은 차라리 개발돼 버리는 게 나았다는 말까지 한다.

“아예 마을을 다 개발해불든가 하제 땅값 비싸다고 마을만 놔두고 야산만 깎어 아파트 짓어분께 동네가 퐁 빠져 어디 쓰것소? 마을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박준배 기자 nofate@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