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밀려온다 기로에 선 마을들]<13>월출동 금당마을
도심 속 변두리 낙후… 주민들 떠나 절반이 빈집

▲ 한 집 걸러 한 집이 비어있는 황량한 금당마을. 더딘 개발에 옛 모습은 남았지만 사람들은 상당수가 떠나고 말았다.

 한 집 걸러 한 집은 비었다. 그 빈 집 중 절반은 허물어졌다.

 “한때 70여 가구 살았다”는 규모 있는 마을은 이젠 절반이 껍데기일 뿐이다.

 북구 월출동 금당마을.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담양 대전면으로 넘어가는 2차선 도로 초입에 위치해 있다.

 위치로는 첨단지구가 가깝지만 행정동인 북구 쪽으로 발길이 잦을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집은 60여 가구. 그 집들 사이사이를 구불구불 골목길이 이어주고 있다.

 때로는 차가 드나들 정도로 넓다가도, 어느 지점에선 손수레 하나도 통과가 어려울 정도로 좁다. 계획성 없는 도로에 불편함 컸을 주민들 애환이 짚어진다.

 마을 이야기를 듣고자 골목길을 돌고 돌아도 적막하고 고요할 뿐, 주민 한 명 만나기 쉽지 않다. 담장을 기웃거리다 눈빛 마주친 서원삼(68)씨가 아니었던들, `콩 수확을 위해 밭에서 산다’는 주민들은 구경도 못하고 돌아설 뻔했다.

 도시 끝자락, 주민들은 농사에 매달리고 있었다. 아직까지 작물을 재배할 논밭이 남아 있는 것은 `더딘 개발’ 덕.

 하지만 주민들 중 그 논밭을 달가워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했다. “사람들 다 떠나기 전에 아파트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는 것.

 기다린 건 아파트였지만 개발은 다른 이름으로 먼저 왔다.

 마을 앞 도로 개설이었다. 기존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하지만 계획뿐이다.

 4~5년 전 광주시는 도로부지라면서 붉은 말뚝을 박고, 그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 집을 비우라고 했다.

 “당장에라도 공사 시작할 듯이 나가라고 얼마나 닦달을 했는지 몰라.” 서씨가 전하는 당시의 상황이다.

 다급하게 쫓겨간 주민들 대부분은 도시로 떠났고, 비빌 언덕이 없는 이들은 마을에 눌러 앉아 `접방살이’를 했다.

 “보상금 얼마 받아서 3년 동안 접방살이 한 사람도 있었어. 그 돈이 남아 있겠는가.”

 하지만 그후 몇 년이 지난 현재도 도로는 2차선 그대로인 상태. 인기척 없이 홀로 세월 견딘 집들은 허물어지고 잡초 무성한 폐허가 되고 말았다.

 “공사도 안할라면서 뭣하러 그렇게 몰아냈는가 몰겄어.”

 전순금(80) 할머니도 “당시 떠나간 주민들이 애석하다”고 했다.

 공사는 최근에야 시작됐다. 뭉그적거리던 광주시가 사업권을 북구청에 넘기면서 속도가 붙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

 이제 조만간 마을 앞으로 큰 길이 생길 것은 정한 이치가 됐다.

 그때쯤 되면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도로부지내 빈 집들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속절없는 주민들은 넓은 길 하나에도 소망을 품는다.

 마을의 일부를 허물고 들어섰지만, 그 길이 고립과 낙후로 부터의 탈출로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

 도시의 변방에서 살아온 고달픈 세월이 삶터를 지키기보다 허무는 데 소망을 두게 한 것이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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