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노동자들](상) 11명의 로케트전기 해고 노동자들

▲ 로케트전기 해고노동자들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지노위 판정을 앞두고 지노위 앞으로 천막을 옮겨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추운 겨울.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아직도 길 위에 있다.

 지난 3월 해고된 시청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고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천막농성중인 로케트 전기 해고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전남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 노동자들의 구제신청처럼 지노위-중노위-법원까지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길 위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천막 농성 86일째. 단식농성 9일째. 유랑인들처럼 천막을 따라 움직인다. 반팔 옷차림이 어느새 방한복으로 바뀌어 있다.

 지난 9월1일 로케트전기에서 해고된 11명의 노동자들은 로케트전기가 위치한 양산동 코카콜라 사거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다 최근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앞으로 천막을 옮겨왔다.

 이번 주 중으로 11명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판정이 있기 때문이다. 천막은 입구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꽁꽁 막아놨지만 들어오는 칼바람은 어쩔 수 없다.

 “우리에게는 굉장히 절박한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10~15년 씩 일한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해고됐는데 단 며칠간의 서류 심사로 복직 여부가 판가름난다니 기분이 이상해요. 법과 제도가 힘없는 사람들의 편일까요?”

 해고자 유제휘씨는 지노위 판결을 앞두고 초조감을 드러낸다.

 이들은 “회사가 `민주노동자회’ 회원들에게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줘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했다. 해고된 생산직 사원 11명(남성 5명, 여성 6명)이 모두 로케트전기 내에서 회원 및 후원회원으로 민주노동자회 활동을 한 이들이기 때문.

 지난 9월1일 해고된 뒤 이들은 숨가쁘게 여기까지 왔다. 가족대책위를 만들어 회사측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천막에서 철야농성을 하고 아침 일찍 출근 선전전을 하고, 퇴근 시간 맞춰 회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이 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미 사측이 환경사랑 캠페인을 한다며 집회 신고를 해놓았기 때문. 아침마다 집회신고를 먼저 하기 위해 새벽같이 나온 사측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언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져갔다. 급기야 지난달 20일 로케트 전기 해고 노동자 2명은 민주의 종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고공농성도 처음이었고 단식농성도 처음이었다. 두려움과 걱정을 무릅쓰고 민주의 종각을 올랐던 마음은 `절박함’이었다. 고공농성 3시간 만에 공권력에 의해 끌려내려왔다.

 “노동자가 정리 해고 됐는데 노조위원장이 사측의 편에 서서 증언을 합니다. 모든 것들이 불리합니다.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지노위 구제신청 판정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이유다. 노동위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편향적인 결정들을 해왔다는 비판도 있다.

 10~15년 일한 해고자들 11명의 평균임금은 연봉 1700만원. 열악한 임금을 받으면서도 성실하게 일했으며,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민노회’활동을 하면서 현장을 바꿔보려했던 이들이 현재 거리에 있다. 이들이 다시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이 주 중에 있을 지노위 판결에 달려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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