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노동자들](하) 식음료 유통 해고 노동자들
영업직 과도한 판매할당 일할 수록 빚더미…반발

▲ 서울 롯데칠성 본사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

 “2주에 한번, 3주에 한번 집에 내려와서 애들도 보고 합니다. 생계 문제도 그렇고 집에도 못들어가고 미안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현재 서울에 있다는 김대홍씨. 전화기 너머로 들린 그의 목소리에 찬 바람이 실린다. 김씨를 포함에 30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전국을 떠돌고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가정을 꾸려갔어야 할 이들은 광주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전국을 떠돌고 있다. 롯데칠성·해태음료·동아오스카에서 영업직으로 일했던 이들이다. 지난 4월 집단 해고된 뒤 시작된 길위에서의 싸움. 여전히 광주로 돌아오지 못하는 그들. 그들을 어떤 연유에서 길위를 떠돌고 있을까?


 ▶`가짜 판매’ 강요하는 구조

 “회사에서는 영업직에 과도한 판매목표를 채우도록 강요한다. 회사측도 당연히 채울 수 없는 것을 안다. 그러면 회사는 영업사원에게 소위 `가판’(가짜판매)이라는 것을 강요한다. 장부상으로만 판매로 처리되고 실제로는 창고에 쌓이는 것이다. 가판이 쌓이게 되고 회사에서는 할당량에 대한 입금을 요구한다.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해 덤핑판매를 하게 된다. 그 차액금은 고스란히 영업사원이 부담해야 한다. 그런식으로 일하다 보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롯데 칠성 동광주영업점에서 8년 동안 일했던 김대홍씨. 그는 8년 동안 6000만원을 회사에 밀어넣었다. 그는 양호한 편이었다.

 “영업직 사원치고 몇 천 만원의 빚이 없는 경우가 없고 많게는 1억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사채까지 끌어쓰는 사람도 있었다.”

 일할 수록 빚이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에서 그와 그의 동료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유는 신원보증. 회사는 입사할 때 연대보증인을 세울 것을 요구했다. “모두들 그렇게 하고 회사도 의례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 그것이 나중에 영업직 사원들을 옭아매는 족쇄가 됐다. 식음료 업체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판매 영업직 사원들이 평균 적게는 몇백에서 많게는 몇 천만원씩의 빚을 안고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국내 대표적인 음료 3사인 롯데칠성·해태음료·동아오츠카 등이 영업사원들에게 과도한 판매 목표량을 제시, 결국 빚더미로 내몰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조 결성 후 집단 해고

 이러한 불합리한 족쇄를 끊기 위해 롯데칠성·해태음료·동아오츠카 등 음료 3사 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3월 노조를 결성했다. 노조를 설립한 후 김대홍씨를 비롯해 노조에 가입한 식음료 판매영업사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와 원거리 대기발령, 지점통폐합이었다. 4월부터 길고 긴 싸움이 시작됐다. 5월부터 전국 순회투쟁에 나섰다. 해태음료 대전지점 앞에서 출근 선전전을 했다. 롯데칠성 천안지점으로 천안을 거쳐 서산으로 넘어갔다. 7월부터는 롯데칠성,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본사가 몰려있는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노조사무실에서 쪽잠을 자고 먹는 생활이 계속됐다. 노조는 원직복직과 부당영업 철폐, 지점 부활을 요구하며 교섭을 요구했다.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가 제기하는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하고 소송으로 맞섰던 롯데칠성 등 음료업체들은 지난달 30일 결국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롯데칠성은 서비스유통노동조합이 제기한 `단체교섭응락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롯데 측의 패소를 판결했다. 그럼에도 아직 교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가정을 꾸리고자 했던 노동자들은 너무나 당연한 바람을 가진 죄로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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