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의 아버지》번역출간하는 유혜량 목사

 “처음에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 충현원을 방문하는 원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입양아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죠. 하나 둘 모이는 자료들과, 이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입양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잊혀져가는 사실들을 찾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충현원 원장 유혜량 목사가 입양아 뿌리 찾기 사업에 나서게 된 이유이자 한국전쟁에 참전한 브레이즈델 목사가 쓴《천명의 아버지》를 번역출간하게 되는 까닭이다.

 유 목사는 다음달 전쟁고아 1000명을 구조해 제주도로 데려간 브레이즈델 대령의 이야기인 《천명의 아버지》를 출간한다. 브레이즈델이 지난해 눈을 감기 전 판권을 충현원에 헌사했기 때문이다.

 브레이즈델 대령은 6·25전쟁인 1950년 12월20일 중국군이 남하하려고 할 때 미군 복귀 명령을 무시한 채 한국전쟁 고아 1000여 명을 살리기 위해 군 수송기 16대에 이들을 태워 극적으로 서울을 탈출시킨다. 이후 서울은 폭격을 받아 쑥대밭이 됐지만 전쟁고아들은 제주도 등으로 안전하게 피신하게 됐다. 브레이즈델 대령의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져 1958년 록 허드슨 주연의 영화 <전송가>의 배경이 된다.

 그런 그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충현원 유혜량 목사에게 책의 판권을 넘겼다. 한국전쟁 고아를 돌본 자신의 과거와 충현원이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서 《천명의 아버지》 한국·영문 판권 모두를 충현원에 맡긴 것이다. 유 목사가 펼쳐지고 있는 한인 입양아 뿌리 찾기 사업에 이익금을 써달라 부탁했다.

 유혜량 목사는 “브레이즈델 대령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인 입양아 20만명의 뿌리를 찾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자신의 책을 써달라고 유언했다”고 그의 한인 입양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설명했다.

 유 목사와 브레이즈델 대령과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유 목사는 수년전부터 입양아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미국 남장로 선교부와 시에틀, 라스베이거스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라스베이거스 호텔 바로 맞은편 방에 투숙한 브라이즈델 목사를 만나게 된다. 이것을 인연으로 유 목사는 브레이즈델의 일대기를 그린 《천명의 아버지》 책의 판권을 받게 된다.

 유 목사의 입양아 뿌리 찾기 사업의 결과물은 《천명의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미국 남장로회 선교부를 통해 충현원의 과거의 흔적을 찾아내고, 해외에 흩어져 있는 양림동의 자료들을 수집했다.

 이 자료들을 모아 사진전시회를 열였다. 조지 F 드레이크 박사가 9년간 수집한 한국 전쟁고아 사진 2000장을 기증 받아 지난해 8월 시청에서 `미군병상들과 한국아이들-그들의 사랑이야기’ 사진전을 가진 것이다.

 유혜량 목사는 “충현원과 수집한 자료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입양아들에게 희망이 되고 한국의 자녀로서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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