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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팔방으로 막혀서 쓰겄어?”
[아파트가 밀려온다 기로에 선 마을들]<14>남구 노대마을
마을 앞 너른 논밭에 아파트 4300세대 들어서
박준배 nofate@gjdream.com
: 2007-12-31 07:00:00
400여 년 전통의 `효(孝)골’ 노대마을이 대규모 택지 개발로 존폐의 기로에 섰다. 넓은 들판이었던 마을 앞 논과 밭에는 진월택지지구 공사가 한창이다.

 “전부 전답이었은디 아파트 짓음시로 싹 들어가붓당께.”

 마을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마을 앞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던 논밭은 진월택지지구가 조성되면서 사라졌다. 분적산에 둘러싸인 400여 년 전통의 마을은 새로 지어질 아파트에 짓눌리고 있었다.

 29일 남구 노대동 노대 마을. 마을 입구까지 공사가 한창이다. 67만2800㎡ 규모에 4300여 세대가 들어서는 남구 진월택지지구 공사다. 공사는 상당부분 마무리됐고 마을 진입로 앞에 15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일만 남았다. 애초 공청회할 때는 초등학교 부지였는데 계획이 바뀌어 15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게 주민들의 말. 주민들은 차라리 마을도 개발해버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아파트 짓을라믄 차라리 마을까지 다 짓어불든가 하제 마을을 가로막어불믄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겄어. 사방팔방 꽉 막혀서 어디 쓰겄어?” 83년을 살아온 김호천 할아버지의 분통이다.

 노대마을은 400여 년 전통의 오랜 마을. 예로부터 노인을 공경하는 `효자’가 많다 하여`효(孝)골’로도 불렸다. 애초 130여 가구가 살았지만 지금은 80여 가구로 줄었다. 논·밭을 잃고 마을을 떠난 사람이 대부분이다.

 노대마을은 60년대 전까지만 해도 `무등산의 아우’로 불리는 분적산에서 나무를 해 내다 팔았다. 밭이 있었지만 밭농사로는 먹고 살기 힘들었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양동시장까지 20리 길을 나뭇짐을 지고 걸었다.

 “아적 때 일찌거니 밥 묵고 짐 지고 가믄 반나절 걸려. 무건께 가다쉬고 가다쉬고… 나뭇짐 다 폴아야 수수쌀 한되가 못되아. 쌀은 반되도 안되고. 그래도 그거 폴아다 죽 끓여묵음시로 살었제.”

 노대 마을에서 50년을 살았다는 고오님(75) 할머니의 회상이다.

 택지지구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마을 앞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지난 70년대 주민들이 지게로 흙을 날라 만든 논이었다. 밭이었던 곳을 논으로 개간하기 위해 저수지도 직접 만들었다. 가장 큰 노대제는 일제시대 때 만들었고 노대 남제와 북제 등 2개의 저수지는 60년대 축조됐다. 당시 주민들은 저수지 공사를 `밀가루 공사’라고 불렀다. 김호원(73) 할아버지는 공사를 시작하던 해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는 물이 없어서 대부분 밭이었어. 64년도에 박정희가 저수지 만들라고 해서 공사를 시작했제. 나라가 돈이 없응께 하루 종일 일하믄 일당으로 밀가루 3kg을 줬어. 그 거로 죽 끓여묵고 겨우 살었어. 그래서 밀가루 공사라고 하는 것이여.”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밭을 논으로 개간했고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땔감을 내다 팔지 않아도 됐다. “논으로 만들면서 살 만해졌다”는 게 주민들의 말.

 하지만 더 이상 `살 만한’ 마을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400여 년을 지켜온 마을이 개발 앞에 존폐의 기로에 선 것. 노대제는 아파트 단지 내 `호수’로 바뀌었고 노대 남제와 북제 등 2개의 저수지도 제 역할을 잃었다. 이미 노대 신기마을 17가구는 택지지구로 딸려 들어가면서 마을을 옮길 예정이다. “어떻게 만든 논인디… 그런 논을 다 잡아서 아파트 짓어분께 마을도 완전히 못쓰게 되아부렀제.”

  박준배 기자 nofate@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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