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문화를 찾아서]<6>양림동의 예술가들
김현승·이수복·문순태·곽재구·조소혜·한희원씨 등

▲ 호신대 음악관 옆에 세워진 김현승 시비는 시인의 대표작인 `가을의 기도’가 새겨져 있고 그 뒤로 문학을 상징하는 펜촉 모양의 비 등 모두 3기로 구성돼 있다.

<산줄기에 올라 바라보면/ 언제나 꽃처럼 피어 있는 나의 도시// 지난 날 자유를 위하여/ 공중에 꽂힌 칼날처럼 강하게 싸우던,/ 그곳에선 무덤들의 푸른 잔디도/ 형제의 이름으로 다스웠던…//아아, 시름에 잠길 땐 이 산줄기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늙으면 돌아와 기억의 안경으로 멀리 바라다볼/ 사랑하는 나의 도시-시인들이 자라던 나의 고향이여!//>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땅을 사랑하고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한다. `고독의 시인’ 다형(茶兄) 김현승(1913~1975)은 고향인 광주를 노래했다. 자유를 위한 투쟁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조화를 이루어 `꽃처럼 피어나는’ 도시로. 그의 시 `산줄기에 올라 -K도시에 바치는-’에서.

 지난 2007년 김현승 시인을 기리는 시비와 연혁·평설비가 호남신학대 음악관 옆에 세워졌다. 시인이 자주 거닐었던 양림산 능선이자 무등산과 시인이 살았던 양림동 집과 옛 숭일학교 터·조선대 등을 한눈에 아우를 수 있는 자리이다.

 숲이 우거지고 풍장터가 있던 양림동은 유난히도 까마귀가 많았다. 김현승 시인은 이러한 양림동의 풍경을 `산까마귀 울음소리’ 등을 통해 읊었다. 그의 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무등산과 양림동의 교회당 첨탑, 플라타너스, 대숲 위로 날아오르던 까마귀떼 등은 양림동 고유의 풍경이다.

 목사의 아들인 김현승은 부친이 광주로 오게 되면서 어린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다. 평양 숭실중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10여 년간 숭일학교를 다니며 양림동에서 살았던 것이다. 이후 6·25전쟁이 끝난 후 그는 조선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의 대표 시들 중 대부분이 이 무렵 씌어졌다. 한국 문학의 거봉인 김현승 시인이 양림동에서 어릴 적 감수성을 키우고 시의 토대를 잡은 것이다.

 양림동은 일찍이 선교사들이 들어와 개화가 빨라 많은 지식인들과 문인들이 모여 들었다. 서정주와 함께 3대 서정시인으로 꼽히는 이수복(1924~1986), 《징소리》의 작가 문순태, 80년대 가장 아름다운 시로 칭송되는 `사평역에서’의 시인 곽재구,  <젊음이의 양지> <종이학> 등 가족애를 주제로 하는 TV드라마 작가 조소혜씨 등. 










 ▲ 연혁과 평설을 새긴 비.



 함평 출신의 이수복 시인은 일고와 수피아여고에서 교사로 지냈으며 방림동의 시인의 집 마당에는 그가 손수 심은 동백꽃이 아직도 피고 있다. 1994년 사직공원에는 그의 대표시 `봄비’가 새겨진 시비가 건립됐다. 곽재구 시인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까지 불로동의 낡은 일제식 가옥에서 시를 쓰며 그 시절 공고한 아픔을 쓰다듬었다. 시인의 `사평역에서’의 실제 배경은 남광주역이다. 이처럼 양림동은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이 거주하고 창작을 했던 곳이다.

 양림동 출신의 화가 한희원은 지난 2003년 `거리에서 만난 문학과 미술-남구 양림동·방림동의 문인들을 찾아서’라는 개인전으로 이 지역 시인·소설가 작품 형상화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양림동을 가슴에 품고 산다”며 “햇빛이 드는 숲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양림동은 언덕과 교회, 오래된 나무와 낡은 골목길이 있는 마을이다. 사직공원으로 올가가는 길에 서있던 수많은 나무들, 수피아여고 교정, 선교사 건물, 철길, 정겹게 서로 지붕 기대고 있는 골목길, 금방 만날 것 같은 그리운 사람들…. 양림동은 사람들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하나쯤 담아두는 그런 고향이다”고 추억했다.

 러시아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이 살았던 고향과 그가 일생을 보냈던 곳을 꼭 찾아가 봐야 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 청소년기의 긴 세월과 성장 후 전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되는 그 곳이 바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가슴 깊숙이 느낄 수 있는 고향이고 삶터이기 때문이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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