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만들 수 없나?]
<중>가로 녹화

▲ 첨단지구의 한 보도. 보도블록이 대부분이어서 시민들에게 녹지 공간, 쉼의 공간을 제공하지 못한다.

 광주의 `걷고 싶은 길’ 하면 느티나무 우거진 대남로와 8.9km의 선형 공원인 푸른길을 꼽는 것은 사람 중심의 길이고 주거지 가까운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이 곳은 숲에 들어온 것처럼 녹지가 잘 조성돼 있다.

 행정이 보행환경과 가로 녹화를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지 이 두 곳을 참고하면 답이 나온다.

 첨단로에 가면 특이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주거단지 바로 옆 4m의 넓은 보도. 나무도 3열로 심어져 있고 자전거전용도로도 잘 갖춰져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버스 타러 나올 때나 응암공원, 쌍암공원 갈 때 지나다니기는 하죠. 그런데 쉴 곳도 없고 가로수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니까 나무도 안 우거지고 해서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길은 아니에요.” 봉정선(48·광산구 월계동)씨의 지적이다.

 또 주민들의 주 보행 동선에 대한 고려 없는 대중교통 이용 체계로, 대로변으로 나와야 버스를 탈 수 있다. 주거지와 도로 사이에 조성된 완충녹지를 `건너다니는’ 발길이 무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광산구는 4억원을 들여 이 첨단로(서라아파트~롯데마트첨단점)를 `걷고 싶은 녹화거리’로 조성한다며 공사를 하고 있다. 서라아파트에서 라인아파트까지의 완충녹지 정상부에 황토포장·지압로 설치, 보도 바닥재를 인터로킹에서 점토블록으로 교체, 생육 불량 가로수 교체 등이 주 내용이다. 또 우리은행 사거리는 특화구간으로 쉼터를 만들고 곡선 모양의 화단을 조성해 배롱나무 등의 화목류를 식재한다는 계획이다. 이용률이 적은 보도의 바닥재를 교체하고 완충녹지 정상부 이용을 활성화하겠다는 것.

 주변상가 한 상인은 “주로 바닥을 바꾸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걷고 싶은 거리가 될지 모르겠다. 도심에 아늑하게 쉴 만한 곳이 공원 말고는 없는데 거리에서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로를 기준으로 한 보도폭으로 인해 거리 조성, 가로 녹화는 주로 폭이 넓은 도로를 위주로 하고 있다. 광산구의 걷고 싶은 녹화거리 조성이나 광주시의 10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 중 가로공간 식수도 기아로, 시청로, 자유로, 운천로 등 큰 도로변이 주 대상이다. 주거지 가까운 도로의 경우 보도폭이 좁아 사업을 할 때 넓은 보도를 택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조성된 곳의 모습은 어떤가. 시청로. 이열로 가로수가 심어져 있고 화단이 조성됐다. 시는 이 사업을 `가로숲 조성’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강모(32·서구 화정동)씨는 “나무가 없는 것보다는 나은데 이쪽은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다. 요즘 사람들 공기에 민감해 마스크까지 쓰고 다니는데 이렇게 조성돼 있으면 누가 굳이 이쪽에 나와서 쉬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이경희 사무국장은 “가로수길에 나무와 꽃만 일렬로, 잘 정비해 심어놓을 것이 아니다. 조성할 때부터 보도블록을 많은 부분에 걸쳐 깔아 버리는 것도 문제다”며 “다양한 나무들이 면, 숲을 이루게 해주면서 보도를 쌈지공원화, 녹도화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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