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문화를 찾아서]<7>양림동의 숲과 자연

▲ 광주의 허파라 불리는 양림동산에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로 둘러싸인 산책로가 곳곳에 있다. 호남신학대에서 양림동산을 오르는 산책로. <광주드림 자료사진>

소비를 자극하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첨단을 자랑하며 날로 높아져만 가는 광주의 도심.

광주천을 경계로 그런 속도에서 한 발짝 비껴서 있는 듯한 곳이 있다. 도시의 중심 한 편에 자리 잡고 있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문명과 이기들에 거리를 둔 양림동이다.

양림동 앞을 유유히 흐르는 광주천 건너편에는 새로운 도시를 꿈꾸는 문화중심도시 개발사업이 한창이다.

오래됐다 싶은 건물들은 흔적도 없이 철거되고, 중장비들로 속살이 파헤쳐 지고 있다.

양림동은 그러한 도심을 뒤로한 채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가옥들과 골목길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자연과 문화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양림동을 돌아보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특히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을 돌다보면 잊혀진 삶의 흔적들과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문화유물들로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이틀쯤 걸린다.

양림동의 골목은 아직 정비가 되지 않는 70~80년대의 골목길 같다. 정교하게 맵시를 내 길을 닦거나 담을 쌓지는 않았다. 어떤 담은 가슴 높이 정도의 돌담으로 쌓여 있기도 하고, 어떤 담은 허물어져 있기도 하다.

골목 안은 한가하다. 지나가는 사람도 많지 않다. 가끔 골목길을 지나는 승용차가 눈에 띄기는 하지만 평범한 도시의 골목 안 풍경과는 다르다. 저녁 무렵이면 집 안에서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만 석양만큼이나 한가롭고 평화롭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삶의 실타래처럼 이집 저집을 얽고 있다.

양림동 골목을 거릴다보면 최승효 가옥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옥 안으로 꼭 들어가 보길 바란다. 가옥을 따라 집 뒤편과 옆으로 이어진 산책로와 조그마한 언덕길이 다른 세상으로 안내 할 것이다. 특히 수령 30~40년은 족히 넘은 나무들과 야생화들이 이곳저곳에 뿌리 내리고 있는 숨어있는 작은 공원과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양림동에는 광주의 허파라 불리는 숲이 있다. 도심 가까운 곳에 남아있는 숲, 양림동산이다. 이곳에는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외국종의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빨간 열매 호랑가시나무를 비롯해, 미국 군인들의 비상식량으로 많이 쓰인 페칸나무, 잎 뒷면이 은색이라서 이름 붙여진 은단풍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숲 해설가 김세진씨는 “양림동산에서 외국종의 나무를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는 이곳에 터를 잡은 선교사들이 나무와 자연환경을 통해 향수를 달래고 당시 보릿고개로 인한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곳에는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많다. 이로 인해 단풍나무 수액과 나무 열매를 좋아하는 곤충과 새들도 많다. 도시의 중심가에 위치했지만 도시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새소리와 새들을 만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양림동산이 있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은 인간들에게 다양한 정신적·경제적 효과를 미친다. 양림동의 울창한 숲과 이곳저곳에 산재된 문화유산들 또한 이곳 사람들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며 살아 숨쉬고 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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